# 리쥬브 프로토콜
## 01. 상자 속 달빛
오전 6시. 누군가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일어날 시간. 그녀의 어머니가 특별히 고른 알람시계가 부드러운 멜로디로 아침을 알렸다. 그리고 그 소리는 침대 안에서 곤히 자고 있던 앳된 소녀에게 명령했다. 기상.
아주 잠깐, 루나는 자신의 침대에서 멍하니 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크림색, 황금색, 그리고 라벤더색이 한데 어우러진 장식들. 십대 소녀의 보금자리라기보단 차라리 고품격 부티크라고 말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은 고급스런 인테리어. 그리고 제자리에 칼같이 자리잡은, 얌전하지만 도끼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놓여있는 여러 도구들. 그 속에 한 소녀의 형상이 자리를 잡았다.
아침 시간에는 무조건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머리카락을 빗질할 때는 손상이 되지 않게끔, 어느 고급 미용실의 원장이 알려준데로 리듬을 타며 빗어야 했다. 교복 치마는 일체의 비뚤어짐 없이 정확하게 제 위치에 자리잡혀 있어야 했다. 그저 여느 집과 비슷한 중산층이긴 했지만, 가문의 대표이자 마스코트인 그녀에게 '대충 헝클어진 부스스한 머리로 등교하는 것' 따위는 일절 용납되지 않았다.
긴 식탁 위에 그녀 분의 독특한 향의 얼그레이 홍차와 브리오슈 토스트가 놓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광택으로 반짝이는 마호가니 테이블의 반대편에서 각자의 완벽함을 자랑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입은 양복은 마치 그의 야망을 보여주려는 듯 칼같이 각이 잡혀 있었고, 태블릿 안의 재무 보고서 숫자들은 어떻게 하면 현재의 부유함과 추구하는 품위 사이의 간격을 더 좁힐 수 있을지를 속삭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마치 선천적으로 타고난 미학의 설계자인 듯, 우아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부녀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정돈되고 절제된 움직임. 일견 우아해 보이는, 어찌 보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움직임은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루나, 자세가 너무 구부정하잖니."
엄마의 지적. 화를 내는 목소리는 전혀 아니다. 그저 가벼운 한마디. 아니. 그렇다기에는 뭐랄까, 큐레이터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전시 위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수란을 먹고 있던 중이었고, 몸을 세워서 먹었다간 교복을 더럽힐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죄송해요."
루나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폈다. 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4시에 바이올린 강사가 올 거니까 늦으면 안 된다? 토요일에는 클레린 씨 가족들이 차 한잔하러 올 거니까 최대한 밝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준비해두고. '몸에 배어서 아무 생각 없이도 자연스럽게 뿜어져나오는 우아함'에는 사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단다. 절대 잊으면 안 돼."
"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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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루나는 수수께끼같은 학생이었다. 나무랄 데 없는 성적. 눈부실 정도로 우아한 매너.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기운이 뿜어져나오는 느낌. 한때는 어느 명문가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학교란 그저 또다른 감옥일 뿐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이 다른 사람에게 투명하게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도끼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그래서 절대로 잘못해서는 안되는, 꽉 닫힌 유리감옥. 그곳에서, 루나는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넘치지만, 누구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아니, 어쩌면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살아있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하교시간. 루나는 가방에 짐을 챙겼다. 시트러스 향수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루나! 우리 학교 끝나고 새로 생긴 크레페 집에 갈거야. 같이 안 갈래? 역 코너 돌면 바로 있어서 얼마 걸리지도 않아."
미카가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책상에 살짝 몸을 기댔다. 망치로 크게 휘두른 듯한 충격이 루나의 가슴을 때렸다. "응!"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 너저분하고, 달짝지근하고, 정돈되지 않은 맛.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먹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녀의 일정표가, 어머니의 손톱이, 아버지의 GPS 추적이 그녀의 모든 바램을 순식간에 다 찢어발겼다. 4시 바이올린. 6시 고급 대수. 7시 30분 불문학.
"미안, 오늘은 일장이 꽉 찼네. 안 될 것 같아. 다음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갈께."
언제나 똑같은 목소리. 마치 연습한 듯. 차분하지만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미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예예. 알겠습니다. 누가 '신비의 루나' 아니랄까봐......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안녕-."
미카가 떠났다. 그 느낌이 또 찾아왔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껍질 안으로 뒷걸음질치는 듯한 느낌. 나는 사람일까? 차라리 그냥 일정표라고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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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의 시간은 탁월한 사람이라는, 흐릿하게만 보이는 형상을 앞에 놓고 그녀를 어떻게든 그 규격에 맞게 깎아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바이올린 레슨은 근육 기억을 만들어내기 위한 지독한 연습의 반복이었다. 나이든 선생님의 입은 전문용어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루나를 자라는 중인 어린이라기보다는 튜닝이 필요한 악기처럼 다뤘다. 루나의 연주는 훌륭했지만, 그 안에 음악은 없었다. 그저 음표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소리만이 있을 뿐.
집에 돌아올 때가 되면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넘어가 있었고, 대문을 열자 잘 다듬어진 잔디가 만들어낸 그림자만이, 그리고 낮은 소리를 내는 공기청정기가 그녀를 맞이했다. 이어지는 저녁식사에서는 중상위 계층의 매너를 배우는 시간이 이어졌다. 절묘하게 요리된 트뤼프 리소토, 훈제 오리, 잘 다듬어진 새싹 채소가 올라왔지만, 아무리 잘 차려진 음식도 그녀에겐 그저 잿가루를 씹는 것이나 다름없는 맛이었다. 그녀의 부모님들은 누군가의 연줄이나 업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 있을 만찬회, 그리고 '올바른' 내집단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녀의 가족이 곧 바로 위의 계층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의 이야기는 마치 단단한 성을 쌓는 것과 같았고, 그녀는 그 성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해야 할 일이 많단다. 나를 세상에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반응하지. 세상은 언젠가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될거다."
루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의 말투는 언제나 차가웠다. 그리고 그 눈은 마주친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맹수의 눈이었다. 루나는 그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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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게 되면, 루나는 항상 자기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천으로 덮인 거대한 침대에 기어올라갔다.
창밖에서 새어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만들어낸, 어둡고 긴 그림자가 창을 비췄다. 그 누구도 보지 않는 방.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하루 중 그녀가 온전히 그녀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하지만 지금은 이 시간에 들려오는 마음 속 목소리마저도 정말 자기의 목소리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녀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딘지, 가장 경험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모든 것들은 부모님의 통제와 허락을 통해 이루어졌다. 고급 부티크같이 화려하게 치장된 그녀의 방 안에서조차 그녀는 그녀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치가 떨릴 정도로 우아한' 미학의 탐구자인 그녀의 어머니가 '섬세하게' 골라준 무언가에게 둘러싸여 있을 뿐이었다.
방 안의 침묵이 그녀의 귀를, 그녀의 몸을,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다. 커다란 침대 속 그녀는 자신 속의 '인간'이 점점 더 작아져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으려나. 그녀 자신이 잘해봐야 예쁘게 치장된 인형에 불과하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형. 완구점에서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운명이고, 누군가가 팔다리를 움직여줘야 움직일 수 있는.
천천히 잠이 오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마음대로 실패하는 걸 허락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의 생각이 어두운 달빛 속으로 사라졌다.
제가 플롯을 짜면 Gemma4가 가장 잘 쓰는 언어인 영어로 초안을 짰고, 그 내용을 보고 제가 [한글로 내용을 다시 창작](?)한 후 퇴고했으니, AI와의 공동창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게 [한글로 내용을 다시 창작]이 되었는가...... Gemma4의 영어 초안과 비교해보면 표현이 아예 다른건 예사고, 순서가 뒤섞인다거나, 심지어는 아예 없는 내용이 추가되거나 있던 내용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컨데, 단순 번역이라기엔 버전업(?)같은 느낌입니다. Gemma4가 데모버전이면 제가 쓴건 정식버전이랄까요.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