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쥬브 프로토콜
## 사춘기라는 이름의 한정판
출발하는 날 아침은, 그 내용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지만, 칼로 자른 듯한 일정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결혼을 축하하는 팡파레라던가, 눈물로 가득한 인사라던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하다못해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님의 아쉬움같은 것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눈물처럼 생긴 나뭇잎 위의 아침이슬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이슬방울은 움직이지 않았다.
루나는 명품 브랜드의 캐리어를 들고 문 앞에 서서 차를 기다렸다. 1분의 오차도 없었다. 그녀를 '모시러' 온 차는 정확히 정각 10시에 대문 앞에 도착했다. 짙은 색의 중형 SUV. 그 돈 많기로 유명한 스털링 홀딩스에서 마련한 차 치고는 참으로 소박해 보이는,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의 차였다. 고급 리무진에서 흔히 보이는 휘황찬란한 장식 같은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중상급 호텔의 콘시어지 서비스라던가, 회사의 공용 차량으로는 꽤 쓸만해 보였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자신의 딸을 최대한 '비싸게' 보이게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부어 만들어낸 한 어머니의 결과물이 있었다. 루나의 얼굴은 도자기처럼 빛났고, 단아한 느낌의 드레스는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을 정도로 우아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현관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울지 않았다. 초조해하거나, 걱정스런 기색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나란히 서 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등 위에 손을 얹은 그 모습은, 항구에서 오랫동안 고대하던 물품이 선적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관리자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차에서 운전사가 내렸다. 운전사는 뒷문을 열어주었고, 루나는 뒷좌석에 올랐다. 운전사가 어떤 사람인지, 차는 어떻게 생겼는지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 차는 그저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움직이는 포장 상자에 불과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은 뒤, 평소에 연습한 대로, 무릎 위에 두 손을 얌전히 올려두고, 허리를 곧게 세웠다. 가죽 냄새와 알 수 없는 희미한 향이 뒤섞여 들어왔다. 전문가가 관리한 느낌. 희미한 향은 아마도 고급 공기 청정제나 공기 세척제의 일종이겠지.
'탓'하는 둔탁하고 낮은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그녀는 조용한 자동차 뒷좌석 안에 정갈하게 놓였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타이어가 바닥을 부드럽게 두들기기 시작하자, 루나는 자신의 몸이 무언가 크레인 같은 것에 끌려서 옮겨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뿐.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게는 아무런 귀띔도 없었던 것에 대한 불만. 이제는 혼자라는 슬픔.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같은 근거없는 희망같은 건 자처하더라도, 당연히 느껴져야 할 것 같은 여러 감정 중 그 어느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순간, 뜬금없는 충동이 그녀를 휘감았다. 자동차가 코너를 돌기 전, 그녀의 집 정문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루나는 안전벨트에서 몸을 빼서 앞으로 살짝 숙였다. 목을 쭉 빼고 뒤쪽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직 현관에 서있는 그녀의 부모님이 보였다. 부모님은 차가 출발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뿐인 딸인데,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던 걸까. 하지만 그 생각은 1초도 채 안 되어서 산산이 깨졌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어려운 협상을 성공리에 마치고 거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승자의 미소.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스스로 빛이 날 정도로 환하게 웃는 얼굴. 커다란 낫이 그녀의 몸을 반으로 쪼개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그들은 인생 역전에 성공한 한 쌍의 잉꼬부부였고, 그녀는 그들이 공들여 만들어 비싸게 판매하는 데 성공한 '수제 명품'이었다.
고전 영화에서조차, 설사 정략결혼이라 하더라도, 남녀가 집을 합칠 때에는 항상 감정의 교환이 오갔다. 축하가 오가는 경우도 있었고, 어쩔 수 없는 운명에 같이 아파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스털링 홀딩스에서 구매한 상품일 뿐이었다. 그것도, 흔하게 구할 수 없는, 특정한 타이밍에만 딱 한 번 판매되는 한정판. 십대 소녀의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풋풋한 생명력은 스털링 홀딩스의 소유주가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할 정도일 것이었다. 예외적으로 높은 희소성. 하늘을 뚫어버릴 것 같은 시장 가치. 지금 이때-그러니까, 사춘기의 때-가 지나면 그 가치가 빠르게 소멸되는, 지금 이 순간에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바로 그 가치. 웬만한 돈으로는 살 수조차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사회적으로 그만한 지위와 힘이 없다면, 이 상품은 소유 자체가 아예 인정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꼿꼿이 세웠던 허리에서 힘을 풀고 뒷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검게 칠한 창문 틴트는 그녀의 얼굴이 창문에 비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차가 속도를 올리면서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이제는 _진짜로_ 혼자구나. 앞으로 남은 일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부모님의 믿음에 완벽한 행실로 '보답'하는 것 정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