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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06 07:51:55
Name   눈부심
Subject   머릿 속에 이미지가 안 그려지는 사람
책을 읽거나 누구의 이야기를 듣거나 혼자 기억을 되짚어 보거나 할 때 머릿 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가능하잖아요. 놀랍게도 마음 속으로 그림을 그려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인구의 2.5%가 어떤 스펙트럼 내에서 이미지화가 불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저도 상당히 집중을 해야 이미지가 떠오르는 정도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들은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 오로지 단어로 생각하고 관념을 떠올릴 뿐이라고 하는데, 호랑이의 까만줄을 하나하나 셀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자들도 신기하지만(이것도 인구의 3% 정도) 단어로만 생각하고 이미지는 전혀 떠올리지 않는 게 뭔 건지 정말 신기하군요. A라는 글자를 떠올리면 이것도 이미지인 건데 단어로만 생각하는 게 도대체 뭘까요? 이들은 꿈도 꾸지 않는대요.

이건 어떤 능력의 결여가 아니라 일종의, 흔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고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단어나 관념으로만 생각을 하던 사람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은 이미지를 떠올린단 걸 알게 되었을 때 멘붕이 컸다고 해요. 가시화능력에 대한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평소에 생생한 이미지를 즐기기보다는 멍때리는 것이 대부분인 저는 제가 이미지화를 못하는 사람인가 했네요. 그런데 댓글들을 읽어보니까 저는 아주 평범하고 이미지화도 문제없이 하는 축에 끼는 것 같아요.

[사물을 떠올렸을 때 우린 그걸 다방면에서 바라 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고, 색깔도 입힐 수 있고, 질감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며, 현실감 있게 명암도 추가할 수 있어요. 내 마음의 눈이 카메라인 듯, 줌인 했다가 줌아웃 할 수도 있고 공중에서 바라본 각도도 떠올릴 수 있고 외관을 확 덜어 내 설계도면을 상상할 수도 있어요.]

이 댓글을 본 사람이 Wait a minute. 이미지를 본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니까 사람들이 비꼬는 줄 알았나봐요.

*이미지를 볼 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재생하기까지도 해. 그걸 모른단 말야?

*저 사람이 비꼬는 건 아닌 것 같고 나도 '본다'는 게 정확하게 뭔지 잘 모르겠어. 자세한 정의가 필요한 것 같애.

*난 예술하는 사람인데 난 뭘 들으면 마음에 비슷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새로운 이미지가 튀어 나와서 그게 내 작품 아이디어가 돼. 피아노 배울 때도 귀로 듣거나 음표를 외워서 연습하지 않고 머릿 속에 이미지를 떠올려서 마음 속으로 보는 과정을 통하니까 연습이 더 잘 됐어. 나 대학 다닐 때 교수님이 단어로 생각한다고 당연한 듯 말씀하셨을 때 나는 단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니까 교수님이 날 미친사람 보듯 하시더라고.

*나도 예술하는 사람인데 되게 시각적으로 사고하거든. 색깔도 있고 움직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소리를 듣고 맛도 보고 고통을 느끼는 상상도 가능 해. 실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두운 배경 속에 흐릿하게 도사리고 있는 그런 느낌이지. 마음 속에 교통표지판의 스탑싸인이 빨강색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응', '그런 것 같기도..', '글쎄..'라는 답이 나올 수가 있잖아. 기사에서 묘사한 '본다'는 것은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보다 강하게 표현된 것 같아. 내가 마약할 때 겪는 환각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그냥 아리송한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밝고 거대하고 확실하게 각인되는 경험이더라고. 내가 상상을 할 때면 이미지가 안정적이지 않고 잘 바뀌더라고. 그래서 정물화 같은 대상을 떠올리고 사진 보듯 유심히 살피는 건 잘 못 해.

*책 읽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 등장인물이나 배경을 떠올리지 않아? 커다란 보라색 암소가 색종이를 잔뜩 붙인 채로 도로 배수로로 덜걱덜걱 향하는 무지개색 게들을 밝아 뭉겔 듯 거리 가운데로 달려가는 가운데 큰 무리의 남자들이 무릎까지 오는 가죽바지를 입고 ‘무! 무! 무!’ 외치고 있고, 공기는 찐한 솜사탕향, 케이크향이 가득하고, 노점상의 그릴에선 돼지고기 소세지가 지글지글 거리고 있다고 말하면 뭐가 떠올라? 묘사된 감각이 느껴져? 거기에 빠진 디테일을 채워넣기도 해? 등장하는 남자의 헤어스타일은 어때? 게는 얼마나 커? 거리는 어떻고? 건물은 어찌 생겼어? 돼지고기 소세지 파는 노점상은 어떻게 생겼어? 아무것도 안 떠올라?

*어떤 사람들은 안 떠오르기도 할 거야. 내가 공인독서전문가인데 내 학생 중에 상상이 전혀 안된다는 학생이 한 명 있었거든. 걔가 유치원교사였는데 애들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될까 하고 왔더라고. 나도 시각화가 엄청 잘 되는 축에 속하는데 그게 전혀 안되는 사람이 있단 말은 첨 들어 보다가 직접 만나보니까 진짜더라고. 35년 동안 뭘 상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대.

*설명 다들 고마워. 나 트롤 아닌데 놀랐어. 난 정말로 마음으로 보는 게 안 돼. 나는 일종의 개념을 떠올려. 위에 남자들의 헤어스타일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네가 말을 안 해줬으니까 나는 모르지. 그리고 그건 내가 개념화 하는 데 있어서 전혀 중요한 점이 아니야. 그렇다고 남자머리가 지워져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남자라는 개념이 있는 거야. 가끔 번쩍 하고 스쳐지나가는 듯한 건 있어. 영상이 움직이는 걸 보거나 하는 일은 없어. 어떤 이미지의 부분은 움직여서 스쿠비 두에 나오는 쉐기가 다리를 내딛는데 다른 모든 건 뛰기 전처럼 가만 있어. 그리고 내가 이걸 표현한 순간에도 '보는 일'은 없고 단지 묘사를 할 뿐이야. 내가 세 살 때 읽기 시작했는데 그 전인 두 살 경에는 암기하거나 똑같이 되뇌었거나 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읽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어. 평생을 말로 생각했지. 바람이 분다거나 발에 모래가 느껴진다거나 하는 건 정신적으로 느껴. 냄새는 연관된 기억이나 장소를 떠올리고 이미지를 그려본 일은 전혀 없어. 그리고 나도 아티스트인데 3D 아티스트야. 부피가 있는 입면체를 만드는 건 잘하지만 이차원 그림은 못 그려. 완전 신기하지?


http://nymag.com/scienceofus/2015/08/some-people-cant-form-pictures-in-their-head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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