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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4/13 10:50:53
Name   joel
Subject   축구)통계로 분석해 본 승부차기. (1) 성공률을 결정하는 요인들.
2021년, 유로 2020 결승이 승부차기로 결정된 후 패장인 잉글랜드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3,4,5번 키커에 젊은 선수들인 래쉬포드, 산초, 사카를 배치했다가 3명 모두 실축하며 패했기 때문이었죠. 특히 5번에 20세의 사카를 배치한 것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승부차기의 가장 중요한 순번은 포문을 여는 1번과 마무리하는 5번이라 여겨지고 있고, 젊은 선수들은 긴장해서 제대로 된 기량을 내지 못 하니 베테랑이 1,5번을 맡아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이에 대해 로이 킨은 아예 작정하고 스털링과 그릴리쉬를 비판하며 "어린 사카가 차게 둬선 안 됐다. 경험 많은 스털링이나 그릴리쉬가 찼어야 했다." 라고 했지요. 

 저는 저걸 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젊은이들은 긴장해서 못 차는가? 베테랑은 잘 차는가? 정말 5번은 중요한 자리인가?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연령별로 승부차기 성공률을 구했을 때 베테랑들의 확률이 더 높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후로 시간이 날 때 깨작깨작 승부차기의 결과와 해당 연령 등을 집계해볼까...하다가 귀찮아서 집어치웠다가 한참 지나서 아 그거 해볼까 하다가...를 반복하다가 무려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결과를 내게 되어 정리를 해봅니다. 

 집계 대상은 06,10,14,18,22 월드컵, 08,12,16,20,24 유로컵, 06/07-24/25 UEFA 챔피언스리그, 06/07-242/5 유로파리그에서 벌어진 총 79회의 승부차기, 총 769회의 킥의 결과입니다. 승부차기 결과와 선수들의 연령은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입니다. 


(처절한 노가다의 현장)


 1) 정말 베테랑들이 잘 차는가? 나이와 성공률의 상관 관계.

먼저, 집계 대상인 총 769회의 시도 가운데 548회가 성공하여 약 71.3&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연령별로 성공률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이를 위해 저는 선수들의 연령을 6개의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20세 이하, 21-23, 24-26, 27-29, 30-32, 33세 이상. 연령별로 집계하면 특정 연령은 낮은 횟수로 인해 왜곡이 심해지거든요. 

그 결과를 보여드리기에 앞서, 통계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세상의 3대 거짓말에 들어간다는 블랙유머를 기억해두세요.



24-26 그룹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던 성공률이 30대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33세 이상이 확연히 높은 성공률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베테랑들이 잘 차는 걸까요? 아니요. 이어지는 통계들은 저것이 단편적 통계가 만든 허상임을 보여줍니다. 

'


먼저, 33세 이상 키커들의 숫자는 73회로 확연히 적습니다. 즉, 소수의 뛰어난 키커들에 의해 확률이 크게 왜곡될 수 있음을 뜻하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축구는 30세를 넘기면 급격한 기량의 하락을 보이는 종목입니다. 그렇다면 월드컵, 유로컵, 챔스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에서 30세를 넘기고도 120분을 뛴 후 가장 잘 차는 5인으로 선정되어 키커로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은 누구겠습니까? 바로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슈퍼스타들일 확률이 높습니다. 혹은 다른 건 몰라도 PK 실력 하나는 인정 받는 선수들이거나요. 즉, 이 선수들은 나이를 먹어서 잘 차는 게 아니라 잘 차니까 그 나이 먹고도 승부차기에 투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각 대회별로 나누어 집계해보면 이 사실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출전하는 월드컵과 유로에서만 기이할 정도로 33세 이상의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챔스와 유로파에서는 평범하지요. 먼저 유로파는 위에서 가정한 월드클래스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여기서는 33세 이상의 확률이 평범하지요. 그리고 사실 이 평범한 확률 조차 소수의 좋은 키커들이 올려놓은 확률일 가능성이 큽니다. 유로파 역시도 저 나이 먹고 승부차기 나오는 선수들은 팀내 에이스급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룹으로 묶어서 저렇지, 유로파에서 36세와 37세는 확률이 50퍼센트고요. 챔스의 경우 월드컵이나 유로 수준의 선수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확률이 평범한데, 이건 샘플의 숫자가 18개(월드컵 19, 유로 12) 밖에 안 되어서 한 두 개의 실축으로도 널을 뛴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모든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24-26 그룹에 비해 27-29의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20대 초반에 낮았다가 중반에 정점에 도달하고, 후반부터 꺾인다고 보면 되겠죠.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거 아닌가요? 네. 이건 그냥 스포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에이징 커브 곡선입니다. 

이에 대해선 '젊은 선수들은 부담이 적은 순번에 배치되었기 때문이 아니냐' 라는 반론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순번별 평균 연령은 어떨까요.


1-5번 키커 중 1번 키커의 평균 연령이 약 28세로 가장 높고, 2번 키커가 약 27.1세로 가장 낮습니다. 아무래도 1번은 베테랑, 2번은 상대적으로 신예를 써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영향으로 보입니다만, 어쨌든 사실상 별 차이가 없습니다. 연령별 성공률에 있어 순번은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 합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증거가 있습니다. 총 79회의 승부차기 중 평균연령이 높은 팀이 승리한 사례는 단 30회, 승률은 약 38.4%에 불과했습니다(평균연령이 일치한 1회의 사례를 제외한 78회 기준). 

즉, 승부차기조차 에이징 커브의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죠. 단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승부처에 있지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2)핵심은 키커의 긴장감이다. 

이 집계에서 총 769번의 시도가 있었고 그 중 548회가 성공하여 약 71.3 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각 대회별로 집계해보면 뚜렷한 경향성을 보입니다. 

월드컵<유로<챔스<유로파 순서로 성공률이 높습니다. 즉, 중요한 대회일 수록 성공률이 떨어지는 셈입니다. 비록 챔스가 월드컵 못지 않은 최고의 스타들의 무대라 하더라도 매년 하는 대회와 4년에 한 번 하는 대회의 차이는 있는 법이죠. 

그리고 키커가 킥을 할 때의 점수차 역시 성공률에 차이를 보입니다. 


열세 상황에서 킥을 하는 키커는 우세에 비해 8%p나 낮은 확률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매치포인트는 엄청난 위력을 보입니다. 




못 넣으면 패배하는 서든데스 상황에서의 성공률은 64, 넣으면 승리하는 위닝 찬스에서는 87퍼센로 무려 23%p의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서든데스의 경우 대회에 따라 확률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위에서 본 각 대회별 성공률과 순위에서 유로와 챔스의 순위만 바뀌었습니다. 결국 큰 무대에서는 서든데스에서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거죠. 월드컵에서는 서든데스 성공률이 겨우 44%! 반면 유로파리그는 무려 74%인데 이건 유로파리그 평균 성공률보다 높은 해괴한 수치입니다(여기에는 특정 경기 하나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모든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백합니다. 킥의 성공률의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키커 본인의 심리적 긴장, 정확히는 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상황입니다. 대회, 점수차, 매치포인트로 가늠할 수 있죠. 


3)고령 선수는 심리적 긴장을 더 잘 버티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키커의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긴장 상황에서, 고령 선수의 성공률은 더 높게 나타날까요? 

먼저 점수차에 따른 연령별 성공률을 봅시다. 



다음은 서든데스에서의 연령별 성공률입니다.


둘 다 위에서 보았던 연령별 성공률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고령의 선수라고 해서 심리적 긴장을 더 잘 버티긴 커녕 오히려 더 취약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30세 넘어서 반등하는 건 위에서 말한 대로 적은 표본과 소수 슈퍼스타의 왜곡 효과고요. 특히 서든데스에서 30줄에 접어든 선수들 성공률이 5할대인 건 저도 놀랐습니다. 


4)승부를 결정짓는 5번 키커에 에이스를 넣어라?

일단 5번 키커가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서든데스와 위닝찬스를 합친 매치포인트는 총 129번 있었는데 그 중 42회가 선축팀 5번 키커, 30회가 후축팀 5번 키커였습니다. 이것만 보면 5번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총 79회의 승부차기 가운데 5번 키커가 킥을 한 것은 선축 팀이 59회(약 74.7퍼센트), 후축 팀은 30회(약 38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수치조차 성공률이 높은 유로파리그에서 필사적으로 끌어올린 수치이고, 월드컵과 유로에서 후축팀 5번 키커가 킥을 할 확률은 27퍼센트 밖에 안 됩니다. 선축팀을 기준으로 한다 쳐도, 네 번 중 한 번은 공을 차보지도 못 할 자리를 위해 에이스를 아껴둔다는 건 자살행위 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5번까지 가기 전에 열세에 놓이거나 서든데스에 몰리면 에이스들도 당연히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1번에서 차 넣으나 5번에서 차 넣으나 어차피 같은 한 골이니 에이스를 이렇게 극한 환경으로 내몰 이유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잘 차는 선수를 1,2,3번에 배치해서 우세를 가져오는 것이 좋습니다. 팀이 우세를 잡으면 성공률이 증가하고, 특히 위닝찬스에서는 성공률이 무려 87퍼센트로 폭증하니 설령 기량이 다소 떨어지는 키커라 해도 후순위에서 좋은 기회를 잡게 되면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후축팀에겐 더욱 앞선 키커들이 중요합니다. 79회의 승부차기 중 2점차 열세에 놓이고도 역전한 사례는 단 두 번에 불과했는데, 후축팀에서 먼저 실축이 나온 후 그 다음 키커가 성공하면 곧바로 2점차 열세입니다. 


5)결론. 

극소수의 월드클래스 선수들이나 소수의 승부차기 특화 선수들을 제외하면, 키커들의 평균적인 역량은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증거로 키커들의 기량으로 따지면 가장 하위에 놓일 유로파리그가 유의미하게 가장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으며, 그 반대인 월드컵이 가장 낮지요. 결국 잃을 게 많을 수록 사람이 위축되는 셈입니다. 또한 베테랑 선수들이 기량으로나 심리적인 면에서나 젊은 선수들보다 뛰어나다는 인식은 근거가 희박하며, 오히려 젊은 선수들의 성공률이 더 높은 에이징 커브 곡선을 따라갑니다. 

저는 나이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인식과는 달리 현장의 감독들은 이미 저런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보았듯 1-5번 키커의 평균연령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1번에 에이스를 내세우긴 하지만 5번이라고 해서 특별히 베테랑을 넣지는 않는다는 증거죠. 

연령, 대회의 중압감, 점수차, 승부처 등의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선수들, 쉽게 말해 승부차기에 강한 선수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들이 세계적인 슈퍼스타일 수도 있고, 유난히 강한 심장을 지닌 선수이거나 혹은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일 수도 있지요. 그게 누구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감독과 동료들일 겁니다. 설령 축구 전문가라 해도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나 심리상태 등을 알기 어렵지요. 따라서 특정 연령의 선수가 특정 순번에 나왔고, 거기서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건 결과론적인 화풀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얻어낸 자료를 가지고 승부차기의 xG값(기대득점)을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줄 요약.

나이 먹으면 서러운 것은 승부차기도 예외가 아니다.
잘 차는 선수를 1,2,3번에 세워라.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중요한데, 아마 잘 차는 선수는 높은 확률로 젊은이들일 거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6-04-27 18:4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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