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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4/21 23:37:17 |
| Name | meson |
| Subject | 트럼프를 잘못 맞추지 않는 상상에 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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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읽은 미국 소설 중에 「And Death His Legacy」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리 잘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이 소설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합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나오는데, 극우처럼 묘사되며, 그럼에도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니고... 큰 인기를 얻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거의 미국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사나이가 되어가는 것처럼 나오죠.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 대선후보가 아니라 어떤 영국사람입니다. 영국인 대부호로 꽤 유명세가 있는 사람인지, 잠적을 하자 신문에 기사도 짤막하게 나올 정도의 인물이지요. 이런 대부호가 왜 잠적을 하느냐 하면... 미국 대통령 후보를 암살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 대선후보를 말이죠. 아니 미국사람도 아니고 영국에 살면서 왜 그렇게까지 하나? 심지어 부자라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영국인 대부호는 사실 꼭 미국이 불쌍했던 게 아니라,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히틀러에 대한 트라우마인데, 알고 보니 이 대부호는 히틀러가 활동하던 당시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타난 미국 대선후보가 자기가 보기에는 너무 히틀러와 비슷하고 히틀러처럼(?) 인기가 많기 때문에,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총을 들고 암살을 시도하는데요. 성공합니다. 이런 과감한 행동은 이 대부호가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영향일 수도 있는데, 그럼 나이도 많고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총은 어떻게 저렇게 잘 쏘는가 싶지만... 아무튼 이렇게 성공했으니 소설이 거기서 끝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암살당한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자신들의 대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계속 켐페인을 이어가고 오히려 더욱 인기를 얻는 것으로 나옵니다. 결국 암살해 봤자 순교자를 만들어 준 셈이 되었고, 영국인 대부호는 저 부통령 후보(였던 사람)도 암살해야겠다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까지 보여주고서야 작품이 끝이 나는데요. 상당한 시사점과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물론 이 소설에 나오는 대선후보가 트럼프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 암시적인 의도조차 없었겠느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없었으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And Death His Legacy」는 1968년작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조지 R.R. 마틴이 쓴 소설로 2003년에 『Dreamsongs: A RRetrospective』라는 책에 수록되어 나왔고, 이 단행본은 『조지 R. R. 마틴 걸작선 : 꿈의 노래』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2017년에 국내 번역이 되었습니다. 제가 읽은 것은 당연하게도 번역본이었으니 마침 번역 당시가 트럼프 1기이기는 해서, 번역자 코멘트에도 트럼프 이야기가 언급이 됩니다만, 아무튼 마틴 본인은 1968년에 쓴 소설이라고 수록하였고 책 자체도 2003년에 나왔으니 원래는 트럼프와 무관한 작품이었다고 봐야겠죠. ( 덧붙이자면, 어째서인지 굿리즈 https://www.goodreads.com/en/book/show/33298297-and-death-his-legacy 에는 이 소설이 1968년 1월 1일에 발행되었다고 나오지만, 어떤 사람 https://asoiaf.westeros.org/index.php?/topic/100465-lets-read-everything-else-by-martin/#comment-5191947 의 언급을 토대로 하자면 『Dreamsongs: A RRetrospective』에는 이 작품이 1968년 가을학기에 마틴이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며 쓴 단편이라고 쓰여 있었던 듯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나오는 대선후보는 아마도 1968년 대선에 출마한 사람, 그중에서도 조지 월리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인물일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 그러니 이 작품은 트럼프에게서 영향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트럼프 현상을 예언하는 듯한 면모를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트럼프 암살미수 사건 이후로 얼마 동안 마틴의 이 소설이 어떤 식으로든 다시 회자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요. 지금까지 본 바로는(그리고 방금 구글링해 본 바로도) 전혀 그런 회자가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둘을 함께 놓고 보면 약간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뒤늦게나마 글을 써 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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