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의 아마 절반 정도는 추천받은 것들을 기반으로, 40% 정도는 작가를 기준으로, 10%는 5권 빌려야되는데 뭐보지... 하다가 그냥 좀 휘적거리고 집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얻어 걸린 책들이 굉장히 맘에 들때 기분이 좋은데요
'동물의 무기: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극한 무기의 생물학' 같은 경우가 정말 이번에 마음에 드는군요.
이 책은 가장 심플한 사고 프레임워크인 '무기는 그 비용이 효용을 넘어서는 정도까지 계속해서 크기가 커진다'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우선 분석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보호색부터 시작하죠. 이 무기들은 비용이 적은 사례들입니다.
그러다가 뿔, 이빨, 턱, 집게발 등의 다양한 비용이 소모되는 무기에 들어가면서부터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자연 선택의 관점을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가서 그 경쟁이 의미있는 상황에 놓여야 발전이 그렇게 한다는 시야를 제공하는데요
우리가 소위 말하는 공정함 같은 것은 결국 '더 잘난 놈이 승리한다'라는 어찌보면 강자의 논리라는 이야기에서 접근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공정함을 원하지만 사실 공정함이야말로 강자의 프레임이라는거죠. 예컨대 우리나라의 '공부 잘하는 애들이 성공하는 패러다임'은 강자의 패러다임이 된 시점에서 오히려 개천에서 나는 용이 사라지도록 만들고 있는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공부라는 무기에 비용을 쏟아부으면 그만큼 주변을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는 것이 보장이 돼있는 경우에 개체는 죽지 않을만큼 투자를 해서 그 효용을 뽑아낼 수 있다면 한국이 사교육 시장에 열광적인 부분을 해석할 수 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무기를 강화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시장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했을 때에 '수비하는 것이 의미가 없도록 하는 경우'라고 책은 제시합니다. 넓은 들판에서 뜯어먹을 풀이 많은 경우에 무기를 잔뜩 키워놓고 자기 영역을 지켜봐야 갈 데가 많으면 그 무기의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달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놓고 비유한다면 양질의 일자리가 많으면 아등바등 노력할 필요가 없지만, 그것이 부족해 소유한 사람이 상대 우위를 가지는 것이 명확할 경우 경쟁이 촉발된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엘크의 예시를 들 경우에 해당 동물들은 자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개체의 관점에서는 엄청난 리스크와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입니다. 뿔을 키우기 위해 드는 것은 자연에서 그나마 획득하기 쉬운 재화인 단백질이 아닌 인과 같은 무기질입니다. 해당 무기질은 획득하기 힘들 뿐더러 체내의 뼈를 보강하는데에도 필요한 귀한 재화입니다. 이런 동물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특히 수컷은 골밀도를 포기해가면서 번식기에 뿔을 강화하고 이 때문에 겨울이 들어가기 직전의 시점에 큰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큰 무기를 들고 있는 경우에 어차피 싸우지 않아도 승리를 알 수 있기에 서로 큰 비용을 소모하기 보다는 그래 니똥 굵다하고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고 패배하는 자들은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이것이 인류에서는 더 큰 고인돌, 튼튼한 기사들을 키우던 시절이 되고 현대에 와서는 요트, 아파트, 시계, 명품과 같은 형태로 치환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큰 무기가 패배하는 시점들은 결국 돌아오게 됩니다. 자연에서는 입구를 지키고 있으면 밀통을 하기 위한 땅굴을 파는 쇠똥구리가 나오고,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장궁에 패배했으며, 튼튼한 성벽은 강선을 장착한 대포, 폭격에 의해, 그리고 이제는 드론에 의해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현대에 엄청난 경험이 축적돼야 갖출 수 있었던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ai에 의해 기존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일종의 편법이라 할 정도로 가성비가 무너진 새로운 시점을 보게하는 시선, 그리고 미국이 군대를 축소시키고 싶어하는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이전에 미국은 항공모함을 주둔시키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종식 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러지 못하는 일종의 무적함대가 무력해지는 시대를 보여주면서 왜 군비 감축에 목매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책에서는 더 자세한 예시인 세이버 투스, 아귀 등의 사례들을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일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