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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5/25 20:16:59
Name   meson
Subject   나는 공약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이 공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그렇게 되었다. 게다가 선거철에 무슨 말을 하든지 그것이 본심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오히려 그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디에 속해 있고 누구와 친분을 쌓았는지를 살펴보아야 정말로 무슨 정책을 구상 중인지 가늠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방정치가 실제로 삶을 얼마나 개선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별로 체감되는 바가 없다. 적어도 내가 들어본 이 근방의 의제들이 선거 공보물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언급되더라도 무슨 조치가 있으리라고는 기대되지 않는다. 이 지역은 아마도 정치의 변방인 듯하다. 혹은 누군가의 텃밭이라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누군가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

- 너 좌파냐?

아 왜 또.

- 너 저기 고라니 탈출한 동네 살잖아.

고라니 아니고 사슴.

- 하여간 옥길동 아니야?

아니야.

- 거기 학교에서 중학생들 데려다가 막 낙태죄랑 동성결혼 가지고 토론도 하고

토론이랑 무슨 상관인데

- 그만큼 좀 그렇다 이거지.

여기 연세중앙교회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 거기는 뭔데. 뭐 이단이야?

우파다 이거지. 그 사람들 표로 자유통일당이 32%를 얻었어

- 너는 자유통일당 싫어하잖아

하여간 그렇게 지역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 그리고 너네 동네에 여성안심주택 있더라.

그건 또 무슨 상관인데

- 그만큼 좀 그렇다 이거지.

아니 여성안심 뭐시기를 주민들이 정하나

- 수소발전소는 결사반대하던데?

그런 게 있어??

- ...

내가 여기 구치소 있는 건 알아도 발전소는 모르는데

- 아무튼 발전소 반대하는 것도 좌파가 많지.

여기 구치소에는 우파가 많더라고

- 뭔 소리야

전에 최순실이 왔다 갔거든? 근데 이젠 김건희가 와 있어

- 그거야 구치소니까

김건희가 오니까 매일매일 구치소 앞에서 누가 노래 부르던데.

- 시위를 한다고?

그만큼 여기 우파가 많다는 거지.

- 윤석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기까지 가서?

오더라고.

- 하여간 너는 그 사람들 싫어한다는 거 아니야.

너는 좋아하냐?

- ...

아무튼 우리 동네에서도 전에 오세훈이 이겼어.

- 언제? 2022년에?

2021년에도 이겼더라고.

- 2021년에 박영선이 항동에서 이기지 않았나

거기는 우리동네가 아니야..

- 하여간 그게 아니라.

뭐.

- 그래서 이번에 오세훈 찍을 거야?

비밀투표.

- 거봐 좌파 맞잖아.

...

- 너 좌파지?

뭐 그런걸로 하자.

*

비밀투표이지만, 오세훈이냐 아니냐를 간접적으로 알아볼 방법은 있는 것 같다. 정치성향을 묻는 것이 그렇고, 혹은 선거의 성격을 묻는 것도 그렇다. 진보라고 답하거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다면 투표 방향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정말, 이 질문들이 왜 투표 심리를 가늠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이 아니라 당적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가 그렇게도 많단 말인가. 물론 그렇다. 게다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도 선거 결과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진다. 선거 결과를 성적표처럼 써먹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미 준비하고 있을 터이니, 잘 모르겠다면 중간평가를 한다고 생각하고 투표할 수도 있겠다. 지금 생각하기로 박형준과 추경호는 발산하는 쪽에 있고 전재수와 김부겸은 수렴하는 쪽에 있다. 오세훈은? 박형준보다 쉽고 추경호보다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번에 이 사람이 당선되기라도 하면 다음 대통령은 오세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그러기에는 너무 무미건조한 사람이다.

물론 마지막은, 중간평가와는 상관없이 그냥 하는 소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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