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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4/11 12:36:18 |
| Name | 토비 |
| Subject | 기계의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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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대장장이들이 모여 살았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작은 화로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이는 낫을 만들었고, 어떤 이는 호미를 만들었으며, 어떤 이는 솥을 두드렸다. 솜씨가 좋은 사람은 조금 더 벌었고, 솜씨가 부족한 사람은 조금 덜 벌었지만, 누구든 땀을 흘리면 밥은 먹을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게 당연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해 봄, 마을 외곽에 커다란 공장이 들어섰다. 공장 주인의 이름은 강만수였다. 그는 젊었을 때 도시로 나가 공부를 했고, 거기서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법을 배워 돌아왔다. 그가 만든 기계는 놀라운 것이었다. 쇠를 녹이고, 두드리고, 다듬는 일을 사람 손보다 열 배는 빠르게 해냈다. 하루에 낫 다섯 자루를 만들던 노련한 대장장이가 혀를 내두를 만큼, 기계는 하루에 쉰 자루를 찍어냈다.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저 공장이 아무리 많이 만들어봤자, 우리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있는 한 괜찮아." 그렇게들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강만수의 공장에서 나온 낫은 마을 대장장이들이 만든 낫보다 훨씬 쌌다. 품질도 나쁘지 않았다. 농부들은 당연히 싼 낫을 샀다. 처음에는 조금씩, 그러다가 점점 더 많이. 마을 대장장이들의 화로는 하나둘 꺼져갔다. 제일 먼저 문을 닫은 건 마을 어귀에 살던 박노인의 대장간이었다. 박노인은 마흔 해 넘게 쇠를 두드려온 사람이었다. 그의 손은 굳은살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그가 만든 호미는 마을에서 제일 좋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강만수의 공장이 호미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박노인의 호미는 팔리지 않았다. 박노인은 반 년을 버텼다. 쌓아둔 돈을 조금씩 쓰면서,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렸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박노인은 강만수를 찾아갔다. "일자리가 있으면 하나 주시오." 강만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친절했다. 박노인에게 공장 안에서 기계를 감시하는 일을 맡겼다. 기계가 이상하게 돌아가면 신호를 보내는 일이었다. 박노인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기계를 바라보았다. 쇠를 두드리는 소리는 여전히 들렸지만, 그건 그의 손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을의 다른 대장장이들도 하나씩 같은 길을 걸었다. 어떤 이는 공장에서 완성된 물건을 포장하는 일을 했고, 어떤 이는 공장에서 쓰는 원자재를 나르는 일을 했다. 어떤 이는 강만수의 집에서 청소를 했고, 어떤 이는 그의 아이들을 가르쳤다. 강만수가 돈을 벌어오면, 그 돈이 마을 전체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니 마을이 망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균적인 살림살이는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각자의 화로 앞에서 일했다. 잘되면 내 덕이고, 안되면 내 탓이었다. 강만수의 공장이 들어선 뒤로는, 모든 것이 강만수에게 달려 있었다. 공장이 잘 돌아가면 마을이 풍족했고, 공장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면 마을 전체가 불안해졌다. 강만수가 기침을 하면 마을 사람들이 감기를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마을에서 제일 젊은 대장장이 이준혁은 그 상황이 못마땅했다. 그는 아직 공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작은 대장간을 지키며 버티고 있었다. 팔리는 물건의 양은 예전의 절반도 안 됐지만, 그래도 자기 화로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밤마다 새로운 걸 만들어볼 궁리를 했다. "기계가 못 만드는 걸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기계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기계가 못하는 것도 있을 터였다. 이준혁은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조각을 새긴 특별한 칼을 만들어봤다. 이름을 새겨주는 맞춤 호미도 만들어봤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사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만수의 공장에서도 비슷한 걸 만들기 시작했다. 기계로 조각을 새기는 장치를 추가한 것이었다. 이준혁은 다시 생각했다. '그럼 아예 다른 걸 만들면 어떨까. 쇠가 아닌 것을.' 그는 나무를 깎아 장난감을 만들어봤다. 꽤 잘 팔렸다. 하지만 반 년도 안 돼 도시에서 나무 장난감을 대량으로 만드는 공장 물건이 마을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격은 이준혁이 만드는 것의 절반이었다. 이준혁은 술집에 앉아 오래된 친구 최덕배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뭘 해도 안 돼.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면 어디선가 기계가 나타나서 다 해버려. 나는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야." 최덕배는 이미 강만수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냥 공장에 들어와. 거기도 나쁘지 않아. 밥은 먹고 살잖아." "밥만 먹고 살면 되는 거야?" "그럼 뭘 바라는데?" 이준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바라는 게 뭔지 그 자신도 잘 몰랐다. 더 많은 돈? 아니었다. 공장에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많이 벌 수도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건 다른 무언가였다. 자기 화로 앞에 서는 것. 자기 손으로 만든 것이 팔리는 것. 그 단순한 것이었다. 그 단순한 것이 이제는 너무 어려워져 있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이준혁은 결국 대장간 문을 닫았다. 강만수를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갔다. 도시에서 뭔가 다른 걸 찾아볼 생각이었다. 떠나는 날 아침, 그는 대장간 화로를 한참 바라보았다. 꺼진 화로는 차갑고 조용했다. 마을은 여전히 돌아갔다. 강만수의 공장은 더 커졌다. 마을 사람들은 공장에서 일하거나, 공장 주변에서 공장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거나, 공장 주인의 집안일을 도왔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공장에 들어가는 걸 당연하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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