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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5/14 18:32:23
Name   메존일각
Subject   태양을 피하는 남자들
제목 마지막을 남자로 적을까 사람이라 적을까 고민하다, 본 의도에 맞게 남자로 적었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어린 아이 눈으로도 30대 아저씨를 보면 나이가 제법 들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90년대 티비 모습에서 30살 정도의 육군 상사가 최소 40대 중반 이상 아저씨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아,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구나'하고 느낍니다. 이 기억도 납니다. 뒤늦게 간 군대에서 본 40대 후반의 원사는 60대처럼 보였습니다. 정말 할아버지 그 자체였어요. 확실히 피부 노화가 빨랐던 시대였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국가유산 수리 현장으로 가면 큰 현장이 아닌 이상 안전모조차 안 쓰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안전모란 '사진'을 찍기 위해 쓰는 모자쯤으로 여겨지기도 했어요. 말인즉슨, 얼굴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남자들이 대다수였다는 얘기이고, 기껏해야 밀짚모자를 쓰는 정도였지요. 혹시라도 뭔가를 얼굴을 가리면 사람들은 유난스럽다고 말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요. 당연히 현장에서 일하는 남자들의 얼굴은 새까맸죠. 다만 예외로, 당시에도 가끔 보이는 여성 분들은 얼굴에 늘 뭔가 뒤집어쓰고 계셨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몇 달 전부터 현장으로 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지만 현장직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가끔 현장 돌아가는 것도 봐야 하니 매일 30분~1시간 정도는 밖에 나와 있습니다. 그게 몇 달 누적이 되니까 얼굴이 제법 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이 하나같이 말합니다. "얼굴 하얗던 사람이 많이 탔네. 관리 좀 해." 부모님은 더합니다. "얼굴 다 가리고 다녀라."

그동안 저는 일하는 기간 대부분을 현장과 가깝게 일하지 않았고, 군대에서도 사무실 근무만 했습니다. 얼굴이 많이 탈 때는 요즘처럼 날이 좋아서 집중적으로 야외로 나가 촬영할 시기 정도였지요. 그런데 촬영하지 않아도 얼굴이 타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하면서 약간의 위기 의식이 발동합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되지? 알아보기 시작하지요. 문득 궁금증도 듭니다. '그늘에서도 얼굴이 타나?' 주변에서 반사된 자외선이 얼굴에 닿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당연히 얼굴이 타지요.

그리고 나서 집중하여 주변 현장 작업자들을 살펴봤는데 옛날과 다른 모습이 확 눈에 들어옵니다. 얼굴을 가리지 않은 작업자들이 별로 없었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전모에 햇볕가리개를 두르고, 자외선 차단 마스크를 칭칭 감고, 선글라스까지 쓴 분들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얼굴의 90% 이상을 가린 거죠. 당연히 선크림도 발랐을 거고요.

이 분들의 얼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이 탔지만, 본인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관리를 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겠죠. 칭칭 감아서 더워지니 발생하는 불편함보다도 얼굴이 안 타는 게 중요했다는 것이고요.

회사의 한 직원 분도 현장직인데 이분은 얼굴이 하얗습니다. 당연히 얼굴을 동여감고(?) 다니고, 퇴근 후 집에서 마스크팩 같은 것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 이 정도로 관리를 해야 얼굴이 저렇게 유지되는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도 최근부터 좀 달라졌습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늘 긴팔을 입거나 팔에 토시라도 차고, 선크림 바르고, 안면 마스크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근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가리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얼굴은 비록 탔더라도 피부 노화 상태는 결코 옛날과 같지 않습니다. 40대는 40대처럼 보이고 50대는 50대처럼 보여요.

확실히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외모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태양이 노화를 촉진한다는 걸 잘 압니다. 이렇게 두르고 다니는 것에 사람들이 웃기는 하고 가끔 놀릴 수는 있어도 '남자 같지도 않다' 여긴다거나 손가락질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전 평소 외모를 거의 관리하지 않는 사람인데요. 얼굴만큼은 덜 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부르카(...)나 니캅(...)에 눈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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