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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5/16 22:59:40
Name   *alchemist*
Subject   제빙기 얼음에 대한 T와 F의 생각
카페를 하게 되면 제빙기는 가게에 필수적이다. 얼음을 만들어야 얼음과 관련된 모든 메뉴, 특히 (한국인의 소울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아아를 만들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제빙기는 요새 같이 더워지는 날에는 꽤 많은 시간동안 작동을 하게 된다. 제빙기에서는 얼음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T와 F는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T의 생각

제빙기는 비효율이다. (거의) 모든 물품은 선입선출(First In, First Out)이 필요하다. 먼저 만들어지거나 먼저 들어온 물품이 먼저 소비가 되어야 상하거나 변질되는 물품들 없이 제때 물건을 만들고 판매가 될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제빙기라는 물건은 FIFO와는 완전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에 만들어진 얼음이 제일 먼저 나가는 후입선출(Last In, First Out)의 방식을 띄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만들어진 가장 예쁘고 영롱하고 맑은 얼음이 제일 먼저 나가게 되어 있다.

물론 제빙기가 얼음을 보관하는 통(?) 아래에 출구를 설치해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얼음이 제일 먼저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얼음이란 물건은 각이 져 있기 때문에 아래에 출구가 있어도 출구에 걸려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제빙기 얼음 보관소는 그냥 얼음을 보관하는 장소일 따름이고 따로 냉기를 뿜어내는 장치 같은 것이 없다. 때문에 먼저 만들어진 얼음은 이후에 만들어진 얼음이 잘 보존되게 하기 위한 냉기를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하게 된다.

다소 비효율적이고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니까


F의 생각

제일 먼저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줄 꿈을 꾸던 첫 얼음은 다만 보관통 아래에 계속 있을 따름이다. 자기 위의 얼음들은 계속해서 어딘가로 옮겨져 가지만 자기는 계속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나도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주고 싶어요! 라고 외치고 자신도 어딘가로 이동하고 싶지만 누군가 옮겨주지 않으면 얼음은 그냥 그자리에 계속 있을 뿐 움직일 방법이 없다.

뚜껑이 닫히면 첫 얼음은 어둠 속에서 그저 하염없이 다른 얼음들과 함께 몸을 맞대고 서로 녹는것을 최대한 늦추면서 기다려야만 한다.

안도현 시인의 시에 나오는 꽃게는 배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기도 더 바닥쪽으로 웅크리기도 하며 가만히 알들에게 저녁이라고, 불끄고 잘 시간이라고 말이라도 해줄 수 있지만 첫 얼음은 그렇게 해줄 대상도 없다.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며 다른 얼음들에게 체온을 옮겨주고 자신은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는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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