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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5/22 02:14:20수정됨
Name   열한시육분
Subject   역선택의 정점에 서서
#1 누군가가 프랑스에 가서 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면, 답은 '굳이?' 였을 것이다.

프랑스의 것들은 대개 내가 어렸던 시절 아주머니들이 선호하는 무언가였다. 그들은 '살롱', '부티크'와 같은 것들을 귀족적이라고 여겼고, 프랑스 영화와 와인, 미식 세계와 같은 것들을 탐구하였으며, '마담' 같은 호칭을 종종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에 해당하는 내게, 프랑스는 '어린 왕자'를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매력이나 연관성을 느낄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은 프랑스의 대학들이 아니었고, 세계 최고의 기술은 프랑스에서 나오지 않았으며 (*유일한 예외로, 한국 고속철인 KTX의 모태는 테제베), 세계 최고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 역시 프랑스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문화 마저, 패션은 이탈리아, 철학은 독일 등으로 그 뿌리가 분산되어있었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에서 이름을 날리기는 하였지만, 아주머니들의 프랑스 요리, 불어 등에 대한 선망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후로도 프랑스에 대한 선망 같은 것은 생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KTX와 베르나르 베르베르로 잠시 존재감을 보여준 이후로 프랑스는 그러한 영향력을 한국에서 다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 그 자리에 들어갈 나라는...

세계 최고의 대학들은 미국의 대학들이었고, 세계 최고의 기술은 미국의 기술이었으며, 세계 최고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역시 미국이 가지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문화마저 미국이 그 패권을 쥐고 있었다. 잘 나가는 친구네 가족들은 꼭 미국에 사는 친척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물건, 새로운 전자제품 등으로 부러움을 사곤 했다. 한국이 전후 수십 년에 걸쳐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모범답안으로 제시되는 것 역시 대다수가 미국의 것이었다. (*예외: 일치감치 통합해버린 국민건강보험. 이걸 실행한 대통령에게는 누군가가 총을 쐈어도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총을 쏘겠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전국민에게 필수적인 외국어 과목은 영어였다. 모두가 영어를 하는 백인과 말을 섞어보고싶어 안달이었다.

미국에 대한 선망은 가지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영국 역시 멋진 비스포크 양복의 나라, 혹은 007의 나라로 멋져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변화하는 세계 질서

영국이 먼저 치부를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애초에 외국인에 대해 그리 열리지 않은 섬나라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영국의 것들이 슬슬 멋을 잃기 시작하더니 (ex. 애스턴 마틴 차량의 기술적인 우월성 혹은 메리트 ..?) 영국은 EU 탈퇴라는 의아한 결정을 했다. 영국인들이 신사들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비슷한 흐름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일상적 동영상 촬영의 확산 이후로, 정말로 미국 지방을 박살내고 있는 아편계 마약 중독 문제, 진정한 인종 통합, Melting Pot이 현실인지에 대한 의문, 이미 잘 알려진 총기 문제로 인한 공공장소에서의 막연한 불안함,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통적 공화당 세력의 몰락과 동반된 전통적 미국 민주당의 약세가 동반되며, 제 45대 대통령이 제 47대로 다시 추대되는 현상 등이 실시간으로, 구체적으로, 그리고 생동감 있게 알려졌다.

세계 최고의 대학들은 다수가 미국의 대학들인 것 같고, 세계 최고의 기술 중 다수는 아직 미국의 기술인 것 같고, 세계 최고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역시 아직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와중에, 한국 사람들은 '홍콩 간다'라는 말을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어휘가 내포하는 이미지가 천박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홍콩 사람들이 인접한 중국 내륙으로 놀러가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시들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이제 휘황찬란한 모습이다.

스페인 여행을 갔던 누군가가 이제는 낡은 유적지가 된 스페인 제국의 건축물들을 둘러보면서 이런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때는 아르마다로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도 결국은 한때구나' 라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지금 스페인에 가서 살면 어떻겠냐고 묻는다면, '대체 왜?'가 내 대답이다.


#4 뉴스를 보다가...

전 직장에서 평생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있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한다. 달라진 세상이기는 하다.

안부 인사 겸 남깁니다.



P.s. 사실 다소 오그라드는 제목이었지만, 마치 때를 맞춘 것처럼:
https://m.youngan.or.kr/news2/5398


생성형 AI 사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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