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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04 17:57:08
Name   삼공파일
Subject   정신분석학 관련 읽으면 재밌는 글
과학과 유사과학이나 정신분석학의 임상적 효과 같은 논쟁 같은 건 이미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책에서 해놨으니까 거기서 보시고 그런 것 말고 유용하고 재밌는 글이 있어서 2개 퍼옵니다.

How to read Lacan

라캉이 한국에서 이렇게 유명해진 건 한국 라캉학회 때문이 아니라 슬라보예 지젝 때문입니다. 한국 인문학자 중에 말빨 좀 쓰는 사람들 중에 지젝빠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젝 자체가 스타성이 너무 강한 사람이고 좌파적 가치를 설파하는 연설 때문에 운동권에 얼빠(...?)가 많죠. 아리스토텔레스나 플라톤도 제대로 번역이 안되어 있는 철학의 불모지에 현대 프랑스철학이 이렇게나 많이 번역된 건 저주인지 축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심자들에게 오해를 너무 불러 일으키는 저주라고 봅니다.) 반면에 학문적 업적이 오해로 묻혀진 사람이기도 합니다. 여튼 라캉 얘기할 때 지젝 빼면 안되는데 How to read라는 유명한 시리즈의 라캉 입문서를 지젝이 직접 썼습니다. 한국어판은 발번역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영문판이 전문이 공개되어 있는 사이트입니다.

한 문단만 제가 직접 번역해봤는데 힘들어서 이어서 못하겠네요. 영어 되시는 분들을 서문만 읽어보세요. 서문만 읽으면 사실상 다 읽은 겁니다. (정신분석학으로 키보드배틀하려면 다들 이거 읽고 시작해서 중복된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우리 스스로를 세뇌시켜 봅시다. (Let’s try to practice a little brain-washing on ourselves.)”

2000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출간 100주년 기념식은 정신분석이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하며 기쁘게 박수치는 새로운 물결과 함께 이뤄졌다. 뇌과학의 새로운 발전과 함께, 정신분석은 드디어 당연히 그것이 돌아가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숨겨진 의미나 찾는 고해 성직자들과 꿈 해몽가들이 있는 과학적 반계몽주의자들의 잡동사니 창고로 말이다. Todd Dufresne이 말하길, 인류의 지성사에 이토록 잘못된 것은 바닥부터 뒤져봐도 없다고 했다. (누군가 덧붙이길, 마르크스도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상 예측가능한 일이었는데, 공산주의자 범죄를 나열한 악명 높은 [공산주의의 검은책]을 따라서 정신분석의 이론적 오류와 임상적 사기를 나열한 [정신분석의 검은책]이 2005년에 출판되었다. 부정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적어도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이 이론적 연대가 이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드러난 것이다.

(요약, 현대 유럽의 역사에서 자기애적 질병이 깨진 3가지 굴욕이 있는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무의식이다. 그런데 이제 오늘날의 뇌과학이 마지막 영역을 철회하려 한다.)

(요약, 정신분석은 망했는가? 3가지 관점이 있는데 (1) 과학적 지식으로서 프로이트의 모델보다 인지과학-신경생물학의 모델이 압도함 (2) 정신과적 임상에서 약과 행동 치료가 훨씬 효과적임 (3) 사회적 맥락으로 오늘날 쾌락주의적 유행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성욕의 억제나 사회 규범이 의미를 상실함)
두 번째도 꿀잼인데 다행히 한국어입니다. 그냥 한국어가 아니라 한국어 최고급 사용자 강준만 교수가 쓴 글입니다. 놀랍게도 강준만 교수가 네이버캐스트에 미국사 시리즈를 연재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性)은 '마지막 프런티어'인가?

유럽에선 찬밥 대접을 받던 프로이트의 특강에 미국의 내로라 하는 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으니, 프로이트의 기분이 어떠했으랴. 그는 “유럽에서 나는 마치 버림받은 자식 같았다. 이곳에서 내가 최고 대접을 받고 있는 게 마치 한낮에 꿈을 꾸는 것 같다.”고 감격했다. 그는 윌리엄 제임스에 대해선 이렇게 썼다.

“제임스와의 만남 역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그때 일어난 작은 사건 하나를 영영 잊지 못하리라. 산책을 하는데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가방을 내게 맡기면서 계속 가시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협심증 발작이 시작되려고 하자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를 따라왔다. 그는 그로부터 1년 뒤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그 뒤로 나는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을 때 나도 그처럼 대담한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되기를 늘 원했다.”

프로이트 초청 특강은 미국 정신분석학 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초청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프로이트는 별 볼 일 없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제 곧 미국에선 뜨거운 ‘프로이트 열풍’이 불게 된다.
프로이트가 정신의학에 어떻게 이렇게 깊숙히 침투했는지 그리고 프로이트가 실제로 유럽의 이상한 형이상학적 철학의 대표주자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국 문화를 주도한 철저한 영미문화권적인 해석으로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인지과학에서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각종 심리발달 이론이 어떻게 프로이트 이론을 가져오게 되었는지 이어서 생각해보면 더 재밌겠습니다.

여기서 끝내려고 했는데 좋은 글은 없지만 토막상식으로 이거 하나 덧붙이려고 합니다.
위키백과 링크를 걸어놨는데, 아는 바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만 제가 아주 좋아하는 철학자 야스퍼스입니다. 야스퍼스는 원래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우리가 질병을 분류할 때 증상이 아니라 원인과 기전으로 분류하게 되는데 정신 질환은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신 질환은 분류할 때 증상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그런 어려움이 있는데 그 시스템을 창시하고 정립한 정신과 의사가 야스퍼스입니다. 이게 나중에 미국 사람들 위주로 바뀌면서 묻혀 버리고 인문학 하는 사람들은 몰라서 얘기를 안 한 업적입니다.

여튼 그런 큰 일을 하고 10년 동안 철학을 공부하며 잠적하다가 [철학]이라는 책을 내고 위대한 철학자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사르트르와 대비되어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데 키에르키고르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스퍼스의 개인적인 일화는 꽤 재밌는데 실존주의자치고 꽤 모범적으로 살았고 막스 베버와 아주 친했습니다. 막스 베버야말로 진정한 철학자라고 칭송하며 빈 대학에서 그와 깊게 교류했는데요 나중에 그가 죽자 추도사를 합니다. 또 한나 아렌트가 하이데거와 인연을 끊고 떠나 수학한 지도교수가 바로 야스퍼스입니다. 가끔 나중에 야스퍼스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상상하면서 위로 받습니다.

네... 재밌게 읽으려면 영어 독해 능력과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하지만, 여기는 홍차넷이니까 다들 재밌게 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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