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7/11 07:26:15
Name   뤼야
Subject   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5) - 마지막 이야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는 소득을 올리고, 자손을 낳아 좋은 교육을 시키고... 누구나 꿈꿀 만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가족과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가 첫 직장에 사표를 던졌을 때 부모님의 실망이 매우 컸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좋은 직장을 왜 그토록 쉽게 그만둘 생각을 했을까 이해하지 못하셨죠.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어디서든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고집은 좀 있습니다. 하고 싶은게 있으면 다른 데 눈을 잘 안돌리는 편이지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기보다 미련한 편에 속한다는게 제 자신에 대한 평가입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 그리고 제 사수였던 주임님까지도 제게 무척이나 잘 해 주셨더랬죠. 부서가 생긴 이래 최초의 여사원이라며 저를 많이 배려해주셨습니다. 가끔 공장으로 외근을 나갈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제 제 앞으로 회사 차를 배정해 주시곤 했습니다. 사실 사표를 쓸 때 가장 망설였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고, 그분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하는 점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제가 사표를 쓰던 날 모두들 저를 외면하고 화기애애하던 사무실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다 보니 게시판에 연달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이 글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네요. 식당에서 일하는 것의 대표적 단점은 첫째, 임금이 적습니다. 둘째, 육체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그런 반면 장점으로는 첫째,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매우 재밌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즉, 여러 인생유전을 겪은 독특하고 재밌는 스토리를 간직한 사람이 많다. 둘째, (이탈리안 주방같은 경우)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마음껏 다뤄볼 수 있다. 세째,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감각을 빨리 기를 수 있다. 정도가 있겠습니다. 일하면서 앞으로 식당을 꾸민다면 어떤 메뉴를 준비할 것인가, 어떤 판매전략을 세울 것인가, 식재료의 회전율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손님에게 단지 한끼를 먹는 것 이외에 어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바질의 한 두잎으로 음식의 품격이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4)편에서 예고한 대로 포모도로 파스타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포모도로 파스타의 경우는 토마토홀로 만들어진 토마토 소스가 필요합니다. 토마토홀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 귀찮다 하시면 시판되는 병제품을 구입하시되, 되도록이면 심플한 제품을 구입하시면 좋겠습니다. 포모도로 파스타를 만들 때 토마토소스 다음으로 중요한 식재료는 바로 바질입니다. 바질은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한 두 잎만 가지면 파스타전체의 풍미를 완전히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식재료지요. 사진으로 보이는 저 정도의 양을 소매가격으로 사려면 거의 2000원 정도가 듭니다. 깻잎 한 단(20장 정도)가 200원에서 비쌀 때는 500원 정도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바질이 얼마나 비싼 채소인지 알 수 있죠.

쉽게 상하고 냉기에도 약한 편이라 바질을 보관할때는 일일이 키친타올로 감사써 냉기가 비교적 약한 곳에 두곤 했습니다. 바질 가격이 비싸다고 포모도로 파스타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는 노릇이라 업주의 입장에서 메뉴에서 빼버리는 것이 속편한 수가 많습니다. 대신 싸고 많이 넣어줄 수 있는 채소로 대체해 다른 이름을 붙이고 가격을 비교적 높게 책정해서 파는게 이득이 되지요. 대표적인 채소가 가지나 애호박같은 경우입니다. 제가 먹어본 바로는 바질잎 한 장만 못합니다. 바질이 귀하다보니 봄에 바질 모종을 구해서 심어두고 한 두 잎씩 따서 쓰는 식당들도 있습니다. 토마토소스와 바질이 준비되었다면 그 이후는 간단합니다.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다진 것을 은근한 불에 볶아 색이 나지 않도록(갈색으로 타지 않도록) 볶아줍니다.
2. 방울토마토 서너개를 슬라이스해서 볶다가 토마토 소스와 육수(또는 면수)를 넣어서 소스의 농도를 맞춥니다.
    이때 설탕을 찻수저로 한 스푼 정도 넣어줍니다.
    더 맛있게 먹고 싶다 하시면 파마산 치즈와 같은 가루로 된 치즈를 한 스푼 넣어주면 조미료 역학을 합니다.
3. 불을 세게 하고 면을 넣고 볶아주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4. 불에서 내리기전에 다진 바질잎을 넣어주고 엑스트라 버진 오일로 마무리 합니다.

다음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알리오올리오파스타는 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되는 어려운 파스타입니다. 만들어진 마늘과 올리브유 소스에 면이 들어간 다음에는 아주 센불로 계속 휘저어 주어야 면에 소스가 고르게 흡착되지요. 식당주방같은 경우는 화력이 일반가정보다 매우 세고 바쁜 시간에는 한 사람의 조리사가 두 개의 파스타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도 있는데 알리오올리오는 잠시 방심하면 소스가 졸아드는 동안 면에 소스가 골고루 베지 않아 바쁜 시간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꺼리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이니 걍 시키세요. 집에서 알리오올리오를 맛있게 해서 드시려면 포마스오일을 넉넉하게 두르고 마늘을 많이(통통한 것으로 한 10개 이상) 으깨넣고 뭉근한 불에서 오랫동안 마늘오일을 내는 것입니다. 식당에 가서 알리오올리오를 먹어보면 마늘오일을 제대로 내는 집이 드물 정도로 잘 하는 집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알리오올리오를 취급하는 집도 많지 않죠.

1. 팬에 올리브유를 아주 많이 두룹니다. 팬을 기울여서 준비된 마늘이 거의 잠길 정도가 되면 됩니다.
2. 중불정도에서 마늘을 오일에 튀긴다는 느낌으로 가열하다보면 마늘의 색이 점점 진한 갈색이 되면서 오일의 색도 변하는 것이 보입니다.
   시간을 좀 들이셔서 마늘의 표면이 완전히 갈색이 날때까지 마늘오일을 정성껏 내주세요.
3. 마늘오일이 다 준비되었으면 페페론치노(없으면 패스)를 한 두개 넣고, 방울토마토를 서너개 슬라이스해서(없으면 패스) 넣어서 볶아줍니다.
4. 면과 육수(또는 면수)를 넣고 센 불에 휘저으면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중간에 불을 약하게 하지 마시고 최대한 센 불에 볶으세요.
5. 수분이 거의 날아가고 육수가 한스푼 정도 남았다 싶을 때 불을 끄고 엑스트라 버진으로 마무리 합니다.

이상입니다. 참 쉽죠? 음식은 레시피를 본다고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스타를 밖에서 사먹으려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데 그 돈이면 집에서 더 맛있게 해먹을 수 있지요. 조금만 부지런해 지면 됩니다. 그래도 귀찮으시다면 방법은 한가지입니다. 나중에 제가 해드릴테니 저희 업장으로 오세요! 어제 진짜 더웠지요. 오늘도 덥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아...이제 다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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