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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5/19 10:37:58
Name   Picard
Subject   파업은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고민하고 시작하는 것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관리직 피카드입니다.

제가 옆에서 본 파업썰 한번 써봅니다. (타임라인에 가볍게 써보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
저는 노조원이 아니라서 파업을 같이 한게 아니라, 대체근무 징용(?)을 당했지만요.

일단, 파업을 하려면 조합이 돈이 있어야 합니다. 집회한다고 천막 치고, 앰프 대여하고 플래카드 붙이고 하는 것도 다 돈이고요. 집회한다고 나온 조합원들에게 김밥과 음료수라도 쥐어줘야죠. 조끼와 머리띠도 맞춰야죠. 끝나고 저녁이라도 사줘야죠. 상위노조에서 지원나온다? 그것도 돈입니다. 만약 파업이 장기화되면 집회에 나오는 인원들을 유지하기 위해 교통비라도 챙겨주거나 버스라도 대절해야 합니다. 등등.. 다 돈입니다.

노조 회계 장부에 쟁의기금이 얼마나 모여있는지 보면 조합이 여차하면 파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감이 옵니다. 사측도 그거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개개인에게도 금전적인 압박이 심합니다. 나중에 손배소 들어오는것 같은거 빼고요. 우리나라는 ‘무노동무임금’입니다. 파업하면 무임금이에요. ‘어? 나는 연봉제인데?’ 라고 해도 파업기간만큼 일할계산해서 빼고, 나중에 성과급 나올때도 다 뺍니다.
’연차 내면 되지‘ 라고 하지만 회사에는 시기조정권이 있습니다. 딱 봐도 뻔히 파업 집회 참여한다고 수십명이 동시에 연차내면 회사는 반려를 할 수 있고, 나중에 법정까지 끌고가야 합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파업은 강력하게(전원참여)하고 짧게 끝내야 합니다. 파업을 하다가 월급날이 왔는데 월급이 제대로 안들어와봐요. 다들 대출금 내고 애들 학원비, 교육비에 자동차 할부 등등 돈 나가는건 고정인데 파업기간 무임금이라 돈이 안들어오거나 덜 들어오면 파업동력이 급속히 빠집니다. 이때쯤부터 복귀하는 인원이 늘고, 복귀 안하더라도 집회 참여 안하고 어디 일용직이라도 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제 지인이 옛날에 쌍용차 파업 장기화 되니까 주변 건설현장 일용직 나가시더군요. 법적으로 어디 고용될수가 없으니까 하루하루 돈 받는 일용직으로라도 돈은 집에 가져다 줘야 했다고)

쟁의기금이 넉넉한 회사면 긴급생활자금 같은거 지원해주겠지만 그런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싶네요. 저희 회사만 해도 쟁의기금 못 빼먹어서 난리라.. (조합 조끼 5만원에 맞췄는데, 더 좋은 조끼가 2만원인데 대체 3만원은 언놈아 남겨 먹은거냐라.. 같은 말이 조합이 뭘 할때마다 늘 나옴)

예전에 저희 협력사가 파업할때도 처음에는 한 3일 하면 사측에서 말 들어주겠지.. 했었다고 합니다. 22일부터 한 3-4일 파업하고 타결하고 복귀해서 27-30일까지 야근하면서 밀어내기 하자.. 라는 계획이었다는데요.
이 미친 회사(저희 회사)가 협력사한테 ‘너네 귀책으로 우리에게 용역 제공을 못해서 우리한테 손해를 끼치니 너랑 계약해지’ 해버리는 겁니다. 이게 말이 협력사지 실질적으로 저희 회사에서 고참 부장들이 사장, 이사로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자회사였는데요.  그리고 일용직이랑 회사 사무직들을 동원해서 출하를 밀어냅니다. 출하과장 왈 ‘대충 60% 수준으로 출하하고 있다‘ 라고 하더군요. 아 그때 출하장 가서 8시간 근무하고 사무실 돌아와서 내 일하고.. 열라 빡셌습니다.

협력사 노조가 또 하나 실수(?)한게, 저희 회사 노조의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출하장에는 자격증이 있어야만 조작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는데, 사무직들중에는 한명도 없지만 저희 회사 현장분들중에는 자격증 있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저희 회사에서 그분들을 임시 배치 하는데 우리 노조가 협조를 해줬습니다. 애초에 당시 저희 집행부는 ‘협력사 돈 많이 주면 우리가 받을게 줄어든다’ 라는 사람들이었지만요.

협력사 사장들이 ‘회사 망합니다. 제발 복귀해주세요’ 라고 전화돌리고 문자 보내고 플래카드도 붙이고 그랬는데..
제 기억에 최초 파업참여율이 90% 정도였는데요. (A 상차장 가라고 해서 어리바리 가보니까  5명 근무해야 하는 곳에서 1명 계시더군요. 그분한테 대충 일하는 법 배우고 상차작업 했습니다.) 일주일 지나니까 30%가 복귀, 2주 지나니까 40% 복귀.. 월급날 지나니까 60%쯤 복귀했고 최종적으로 75%가 복귀했습니다. 나머지 25%는 다른 회사 가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 어린이집 친구 아빠도 협력사 다니셨는데 파업하다가 보름만에 지지치고 다른 회사 이직하심)

저희 옆동네 대기업에서 파업하고 끝내면서 타결금을 1000만원을 받았다길래 그 회사로 이직한 후배한테 물어봤더니 ‘아이고 선배님.. 그거 우리 무임금이랑 성과급 손해 보는거 메꿔주는거에요. 돈 더 받는거 아니에요‘ 라고 하더이다..

저희는 그 당시 파업 여파로 계약 해지당한 협력사(?)들 싹 다 폐업했고 낙하산으로 가셨던 사장, 이사, 팀장 다 짐 쌌고요. 협력사들을 다 합쳐서 노조관리 전문가(?)로 컨설팅 해주던 저희 회사 인사팀 출신을 영입해서 새로 자회사를 만들고 사장으로 앉혔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파업이라는 단체행동을 보여주려면..
1. 전원참여.. 파업했는데 참석률이 50%도 안되서 회사가 돌아가면 망함. 우리 협력사 노조는 원청사 노조에게 외면 받으면서 망한것 같음.
2, ’사측이 이거 받으면 파업 중단‘을 사전에 내부적으로 정하고 가야함. (어차피 사측으로 다 흘러나감. 의도적이든 아니든).
3. 장기화 되면 망함. 잘못하면 나도 망하지만 회사도 망함. 우리 집행부가 타결금 받아낼 능력이 있는지도 판단해봐야 함.
4. 여론 작업 잘 해놔야 함. 저희 같은 듣보잡 회사도 협력사 파업하는데 회사가 폐업시켰다고 지방 신문에 실리면서 주민들에게 욕먹음. 파업의 당위성과 함께 ‘야, 사측이 이것도 안 들어준다고?‘ 하는 공감대가 있어야 됨.


저희도 임단협시즌 되면 주로 젊은 층에서 ’파업하자!’ 하는데 파업하면 회사가 말 다 들어줄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는 파업하면 우리 회장은 신나서 폐업 시킬겁니다. ‘아유 내가 망해가는 회사 인수해서 좀 살려볼려고 했는데 노조 때문에 못하겠네요‘ 라는 핑계만 만들어 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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