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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6/04 13:18:44
Name   Picard
Subject   B팀장과 정년보장 (2)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관리자 피부장입니다.

1편에 이어 오늘도 틈틈히 쓰는데 까지 써봅니다.

회사에서 신사업 진출한다고 조직개편을 했습니다. 당시 저희 팀이 잦은 조직개편 및 인원 유출로 4명까지 줄어 있었는데, 팀을 반으로 또 나눠야 한답니다. (당시 뻑하면 조직개편하던 시절로 하는 일은 똑같은데 명함을 반년마다 바꾸고는 했습니다.)

그때 팀장이랑 B차장이 둘다 신사업부로 가고 싶어 했습니다만 팀장이 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사업이라는게 일은 많고 힘들지만 그만큼 고과도 좋게 받고 진급도 빠르니까..
B차장은 자기가 신사업가려고 했는데 팀장 지가 갔다고 엄청 씹어 댔습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인원이 빠졌으니까 B차장이 팀장이 되었지요. 달랑 2명인데 무슨 팀장이냐 싶지만, 협력사분들이 6명 저희 팀에 있었거든요. 하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시듯, 10명에서 2명 빠져서 8명이 된 것이 아니라 4명에서 2명이 된것이지요. 협력사 분들은 그분들이 하는 일이 있고, 원청사 직원이 해야 할일이 있으니까.

그렇게 팀장이 된 B차장은 매주 금요일에 주간회의를 하고 전원참석을 요구합니다. 금요일에 연차 쓰지 말라는거죠. ㅎ   휴가는 4일이상 사용 불가, 일주일에 하루는 회사 나와야 하지 않겠냐? 라고 ㅎㅎ
샌드위치때는 모두가 쉬고 싶으니 공평하게 모두가 쓰지 마라. 다 출근해. ㅎㅎㅎ

그리고 협력사 직원이 연차나 휴가를 쓰려면 미리 주간회의때 팀장에게 보고를 하고 허가를 받고, 쓰기 전날 퇴근할때 일부러 또 찾아와서 쓴다고 보고하게 했습니다. 이때 그냥 ‘저 내일 연차 씁니다‘ 하는게 아니라 지금 진행중인 일이 어떻고 진도는 어떻고 연차를 써도 문제가 없고, 트러블 생기면 누가 대체할거고 등등 한 30분 1:1 대면 면담을 했습니다. 만약 누가 이걸 건너뛰고 연차라고 다음날 안나왔다? 아침에 전화해서 ‘내 말이 우습냐?’ 로 시작하면서 온갖 ㅈㄹ을 하더군요. ㅎ.. 더러워서 안쓰겠다.
저는 이런거 안했습니다. 어차피 맨날 한 사무실에 같이 앉아 있는데, 대충 대답하고 썼지요.

팀장이 연차를 못 쓰게 한다. 힘없는(?) 협력사는 감내한다. 쓸데없는 정의감에 불타던 저는 팀장에게 반항을 했습니다. 우선 엑셀로 캘린더와 개인별 연차사용현황 장표를 만들었습니다.
주간회의때 ’누구는 연차를 너무 안썼는데 소멸되지 않도록 미리 관리 하세요’라면서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연초에는 ‘올해 샌드위치가 2번이 있는데 모두 다 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다 쉴수는 없으니 미리미리 겹치지 않게 반반씩 나눠서 쓸 수 있도록 캘린더에 작성해주세요. 저는 5월에 쓰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운을 띄우면 협력사 부장님이 ‘저도 10월 샌드위치때 가족여행을 갈까 하는데..’ 하면서 분위기를 맞췄습니다. 팀장이 레이저를 쐈지만 모르는 척 했습니다. 팀장은 휴가도 3일만 가고 연차도 거의 안쓰는 사람이었거든요. “야 맨날 놀면 일은 언제 해?!”

주간회의시간은 분위기가 늘 안 좋았는데, 저랑 협력사 부장님이 좀 띄우려고 해도 팀장이 워낙 폭언에 소리를 질러대서.. (장교 출신이라 그런지 목소리는 참 우렁찼습니다.)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의 자리로 올라갔을때 티가 난다고.. 주간회의때 보고 내용을 잘 못알아 듣고 이해를 못하더군요. 업무량을 가늠도 잘 못하고 무조건 빨리 하라고만 하고.. ’야, 니들 밤새봤어? 휴일에 일했어? 퇴근시간에 퇴근하고 휴일에 다 노니까 일정이 빡빡한거야. 밤샘하고 휴일에 일하면서 일정이 빡빡하단 소리를 해라’ 라고 버럭대고.. (그런데, 야근하고 휴일출근한다고 수당도 안주던 시절)

저는 순진하게 ‘아, 몰라도 모른다고 안하고 아는척 하는 자신감은 부럽네‘ 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팀장이 밖에서 물어온 일이 안되는 건데, 자기가 된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어떻게 안된다고 하냐고 어떻게든 해내라고 하거나, 업무량 계산 안하고 언제까지 한다고 대답하고서는 일정이 빡빡하다면 왜 밤새서 안하냐고 화내고..

그럴때면 이거 하려면 생각보다 작업범위가 클 것 같은데, 이거도 해야 하지만 저거는 안바꿔도 되요? 충분히 검토하고 테스트 해봐야 하지 않나요? 라던가, 이거 그 팀에서도 언제부터 필요하다고 한거니까 급하게 하다 실수하지 말고 충분히 확인하면서 해도 되지 않을까요? 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일정 조정을 유도해보려고 했습니다.
물론 팀장은 ‘피카드 너는 우리 회사 사람이냐, 저쪽 사람이냐? 저쪽편 들어줄거면 저쪽회사로 가!‘ 라던가, ’그건 너처럼 게으른 사람들 생각이고, 며칠 밤샘하면 다 해‘ 라는 식으로 버럭댔지만요.

제가 그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 7시쯤 퇴근을 했는데, 그 양반은 늘 9-10시까지 있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 인터넷하고 야구중계보고 웹툰보면서 늦게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일정이 빡빡하다고 한 사람들 자리로 전화해서 퇴근했나 안했나 체크하더군요. 제가 7시에 간다고 인사하면 ’야, 너는 가족도 없고 애인도 없는데 이시간에 퇴근하면 뭐하냐? 할일 없어? 없다고? 그럼 피카드는 회사에 필요 없는 사람인가?’ 라고 면박주고는 했는데, 저는 ‘게임도 하고 미드도 보고 운동도 하고 할거 많죠’ 라고 실실 쪼개면서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대로 휘둘려주진 않겠다‘ 라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당시에는 생각했습니다. 젊지도 않았으면서.

예전 팀장은 보고서를 잘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지원부서이고 업무 자체가 마이너해서 윗분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웠는데 팀장은 전문용어, 약어등을 안쓰고 쉬운 말로 써서 윗분들이 잘 알아듣고, 또 실제보다 크고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식의 보고를 잘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스킬을 갖추도록 입사때부터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제가 결재문서에 S/W, H/W 라고 썼다가 약어쓰지 말라고 반려 당해서 ’아니 맥락상 여기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말고 무슨 뜻이겠습니까?‘ 라고 말대꾸 했다가 30분동안 회의실로 가서 1:1 면담… )
하지만, B팀장은 그런걸 ‘부풀린다‘, ’부정확하다‘라고 싫어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쓰고, 전문가로서 전문적인 의견을 내야지 왜 엔지니어가 스스로 전문성을 낮추냐고..(…)

팀장이 된지 몇달이 지나고 월간업무보고를 하던 어느날, 사업부장이 대놓고 ‘B차장, 난 당신이 무슨 소린하는 건지 모르겠네‘ 라고 하더군요. 그 뒤로 대부분의 업무보고자료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몇달 지나니까 아에 제가 만든 초안 보지도 않고 그냥 넘기더군요.

현실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법적으로 원청은 협력사에게 업무외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데요. 이분은 아에 협력사 직원 뽑는데 3차 면접을 자기가 보더라고요. 물론 지금 저도 협력사에서 사람을 새로 보낼때 이력서를 보내주지만 제가 그걸 보고 된다 안된다는 이야기는 안하거든요. 경력이 너무 상이하면 ’괜찮겠냐?’ 정도 물어보긴 하는데, 보내는 회사에서 뽑아서 보낸다는데 뭐 어쩝니까. 책임도 자기들이 지겠지.
B팀장이 한번은 면접을 보고나서 과장 한명을 뽑았는데, 최종적으로 조건을 낸게 옆동네 사는 사람에게 저희 동네로 이사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대충 옆동네에서 저희 동네로 출근하는데 편도 45-60분, 저희 동네에 살면 20-30분 걸렸거든요. 24시간 365일 도는 공장에서 트러블 나면 바로 나와야 하니까 옆동네는 안된다고.. 아니 아무리 지방이라지만 30분 차이로 누가 이사까지 하나요. 우리 회사 사람들도 다 가까이 사는게 아닌데?

그외에 저희 협력사 분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사업장에 흩어져 있었는데 전날 술먹은티 나면 조용히 사라져서 짱박혀 있는데, 거기가서 또 협력사분들을 개별적으로 갈궜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제가 같이 있을때는 폭언/폭설에 소리는 질러대고 욕은 안했는데, 저 없으면 쌍욕도 했다고 합니다. 어느날 대리 한분이 그만두셨는데, 팀장이 자기 사무실로 오면 공황오는 느낌까지 와서 그만둔다고 저한테 얘기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팀장의 패악질을 한번 필터링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다가 과장 진급을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하는데, 우리 팀장은 ‘야.. 난 너 금방 그만둘줄 알았어. 생각보다 오래 다녔다. 갈데가 없어?’ 하면서 비꼬더라고요. 그땐 잘 몰랐는데 나중에 다른 분이 ‘네가 과장이 되서 그렇다. 과장부터는 팀장대리를 할 수 있잖아‘ 라고 해서 ‘아아..’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저희 회사는 차장부터 팀장을 할 수 있고, 만약 그 팀에 차장이상이 없으면 다른 팀에서 차/부장을 보내던가, 팀에 있던 과장을 팀장대리로 임시 발령내고 연말까지 팀장역할을 잘하면 차장진급시켜주면서 ‘대리‘를 떼주는게 관례였거든요.
아니.. 얼마나 자신 없으면 자기보다 열살이상 어린 후배가 과장 되었다고 경쟁자로 시기를 하냐..?

하여튼, 제가 과장을 달고부터 이분이 저를 더 가열차게 뒷담화를 하고 다녔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피카드는 게으르다. 피카드는 로열티가 부족하다. 걔는 오래 못 다닐거다. 걔가 안된다고 어렵다고 하는거? 다 쉬운거다 같은 소리를 계속 하고 다녔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뭔가 성과를 내서 보고를 하고 윗분들이 고생했다고 하면 옆에서 ‘제가 잘 가르쳤습니다. 제가 방향을 잘 잡아줬습니다’ 같이 숟가락 놓기 바빴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 도움도 안줬고 방해나 안했으면 다행이었지만요. 한번은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길래 ’아니, 팀장님 저도 이 라인 11년을 담당했습니다. 이걸 모르겠습니까?‘ 라고 하니까 ‘뭐 인마? 난  이 업무를 20년 넘게 했어! 너 두배를 했다고! 나 무시하냐? 잔말말고 내말대로 해!’ 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물론 그말대로 안했습니다. ) 사무실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나중에 무슨일이냐고 물어보고..

종종 다른 팀장이 ‘피과장이 우리 담당해주면 안되나?‘ 하고 물어보거나, ’B팀장이 이거 안된다는데 왜 안되는거야? 정말 방법이 없나?‘ 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대답하기 참 곤란했습니다. 자기 라인에 제가 된다 안된다 대답하면 또 버럭버럭 화를 내서요. 다른 팀장들도 못미더우니까 저한테 물어보러 오는건데..
이게 진짜 어렵거나 안되는거면, 쉽게 설명을 해드리면 ‘아, 그렇구나. 그럼 예산이 들어가겠네’ 하고 가는데, 되는걸 안된다고 한거면 대답하기가 곤란해서 ‘글세요, 저도 그 라인은 잘 몰라서..’ 라고 뭉개면 대충 눈치채시더라고요.

저도 이 사람때문에 그만둘까 고민 많이 했는데, 나마저 그만두면 누가 방파제를 해주나 하면서 마음을 다 잡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조금이라도 젊을때 이직을 했어야 했습니다. 쓸데없이 남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 이분이 정년까지 다니려고 한 이야기는 아직도 진도를 못 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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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 일 같지 않습니다. 글도 잘 쓰시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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