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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6/28 00:48:54 |
| Name | T.Robin |
| Subject | 리쥬브 프로토콜: 32-2. 메이드, 카페를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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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쥬브 프로토콜
## 메이드, 카페를 엽니다
겨우내 웅크리고 정체되어 있던 맨션에 새로운 공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겨울 눈 내리는 초원만큼 조용하던 맨션에 미소 가득한 수다가 가득 차올랐다. <span class='bd'>[지역 공동체와의 화합]</span>이라는 슬로건 아래, 줄리안과 마가렛을 중심으로 <메이드 카페 추진본부>가 구성되었다. 자문단은 참여를 희망하는 인원들 전원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실시하여 메이드 카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카페에 참여하지 않는 메이드들도 카페의 메뉴나 인테리어 준비를 도와주었다.
"자문단 하면서 카페 알바 면접 같은 것까지 할 줄은 몰랐는걸."
"왜, 싫어? 아까 보니까 얼굴이 그냥 헤벌쭉해서 아주 좋아 죽던데?"
"좋은 생각이 났다! 자기야, 자기도 카페 하는 날 메이드복 입고 같이 서빙하는 거야. 어때?"
"맨날 공부만 하느라 삭아버린 얼굴에 몸매도 다 망가진 마흔 살 여자가 메이드복 입고서 '어서 오세요! 주인님-' 하면 참 좋아들 하시겠다. 말 돌리지 말고!"
"아야야야야야야! 내 코!"
그리고 자문단 자격으로 메이드들의 심리 검사를 도와주러 온 리디아는 주책바가지 남편의 코를 잡아끌어 그의 헛소리를 응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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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실의 서버랙이 평소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요청한 작업을 일괄 처리하는 동안, 줄리안은 그의 주특기인 "최적화된 데이터 처리"에 집중했다. 그는 예측형 AI 모델을 사용하여 상가 통행인들의 동선을 시뮬레이션하고, 언제 어디쯤에서 휴게 장소를 찾을지를 예측하여 카페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골랐다. 그 후에는 각 건물, 건물주, 그리고 그들을 중개할 부동산 모두에 대해 공개된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 부동산에 찾아가 건물주와 직접 담판을 지었다. 그는 억지를 부리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철저하게 숫자와 조건만으로 협상을 이끌었고, 부동산과 건물주 모두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결국 줄리안은 시세보다 꽤 좋은 조건으로 괜찮은 위치를 단기 임대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접대 에티켓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서빙에서 주로 사용되는 멘트들간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분석하고, 인사를 할 때 메이드의 키와 허리를 숙이는 각도, 그리고 손님의 구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손님들이 가장 편안하게 접대받을 수 있는 조건을 분석하기도 했다.
"루나, 미안한데 이 커피 좀 줄리안 님에게 가져다줄래? 카페 장식 만드는데 잡아줘야 해서 움직일 수가 없어."
"네-."
그리고 어느 날, 맨션의 메이드들이 카페의 준비로 다들 바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루나는 커피를 들고 이사장실에 들어갔다. 줄리안은 책상 위에 여러 가지 천을 올려놓고 카페에서 사용할 앞치마의 원단을 검토하고 있었다.
"줄리안 님?"
"아, 루나 양. 커피인가요? 거기 소파 탁자 위에 올려주세요."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원단을 만지고 들어보며 자기 일에 집중했다.
"마스터, 아침에 마신 홍차가 뭐 이상했어요? 마스터같지가 않아요."
루나가 가는 곳이라면 항상 따라다니는 "경호원 1호", 클로에도 줄리안의 달라진 모습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평소에는 좀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사람이 갑자기 눈에 불을 켜고 여기저기 움직이며 무언가에 골똘히 파묻혀있는 장면은, 마치 넝마를 입은 채로 자신의 저택을 돌아다니는 백만장자만큼이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줄리안 님, 어떤 일이든 적극적이신 건 좋은데요...... 더 중요한 일이 많으실 텐데, 왜 메이드 카페 준비에 이렇게 집중하세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줄리안은 뒤로 돌아 루나와 클로에와 눈빛을 맞췄다. 그는 원단이 놓여있는 책상에 비스듬하게 몸을 기대고, 평소답지 않게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건 비전입니다."
"비전이요?"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항상 아무런 표정이 없던 그의 얼굴에서 무려 '즐거움'이 읽혔다. 그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고, 입에서는 알 수 없는 노랫가락 같은 것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모든 남자의 꿈이지요. 사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기도 하고, 누가 보기에는 웃기지도 않을 수도 있는, 뭐 그런 겁니다. 문을 열면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양옆에 두 줄로 도열하고는 '어서오세요, 주인님!'하고 인사해주는 광경은 모든 남자의 로망이라 하겠습니다. 아마 루나 양이나 클로에 양은 여자라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나를 위해 여러 명이 도열해서 의식을 해주는 것처럼 멋진 게 또 없단 말이죠."
그는 앞치마 원단을 뒤적이며 '으흐흐흐' 하는, 잘못 들으면 어딘가의 악의 제왕이 세상을 파괴할 자신의 음모가 실현될 생각에 즐거워하며 낼 것 같은 소리를 냈다. 클로에와 루나는 잠시동안 서로를 마주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내 서로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이거...... 정말로 구제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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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정문 로비에는 메이드들이 칼같이 다린 제복을 차려입고, 두 줄로 도열했다. 그들은 메이드 카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서오세요, 주인님"이라던가, "다녀오셨어요, 주인님"같은 손님맞이 인사를 반복했다. 인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리듬으로 인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만큼, 단체 연습은 필수적이었다.
"목소리가 너무 낮아요! 목소리가 그렇게 우울하면 손님들이 문 열었다가 다들 무서워서 도망가 버릴겁니다! 평소에 수다 떠는 것처럼 좀 더 밝게, 즐겁게! 톤을 더 높여요! 메이드 카페를 하기로 했으면 카페 방문기 동영상도 좀 보시면서 접객 분위기에도 익숙해지세요! 프로만이 살아남는 세상입니다. 여기서부터 연습을 해야 졸업 후에도......"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메이드장인 마가렛의 잔소리가 끝없이 펼쳐졌다. 구구절절이 맞는 소리인데다가 메이드들이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라는걸 다 알기에 누구도 반박은 못 했지만, 아무리 깊은 배려와 걱정의 마음을 심었다고 해도 잔소리가 듣기 좋아지는건 아니었다.
"그리고 거기 둘! 구경만 하고 있지 말고 이리로 와서 좀 도우세요!"
그리고 그녀는 로비를 가로질러 가려는 루나와 클로에를 불러세웠다.
"네? 네? 저랑 루나요?"
"저흰 그냥 저쪽으로 지나가는 중인데......"
루나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저항(?)을 시도했지만, 마가렛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됐으니까 그런건 좀 이따가 하고 빨리 이리로 와요!"
마가렛은 두 소녀의 코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와 그들을 두 줄로 서있는 메이드들의 한가운데로 잡아 끌었다.
"자아, 다시 연습입니다. 허리 똑바로 세우고! 숙이면서 등이 굽으면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숙이세요!"
그녀는 손을 들어 박수를 두 번 치면서 메이드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아이돌 가수들 인사하는거 보셨죠? 셋에 갑니다. 둘. 셋!"
클로에와 루나는 도열한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여 발을 동동 구르거나, 손가락을 깨물거나,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냥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마가렛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랐다. 게다가 마가렛이 이미 그들의 허리를 움켜쥐고 있는 탓에, 그들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똑바로 서서 메이드들의 연습을 지켜봐야 했다.
"어서오세요, 아가씨들!"
순간, 메이드 각자의 즐겁고 밝은 목소리가 하나로 조화되며 커다란 로비를 즐거운 기운으로 채웠다. 발끝에서 시작한 짜릿함과 어지러움이 두 소녀의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다음 순간, 그들은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여고생이던 내가, 갑자기 어딘가 이세계로 떨어져서는 귀족 영애가 되고, 메이드들로부터 환영 인사를 받는, 어딘가의 소설에서 본 것 같은 장면. 그 장면의 한가운데에 그들이 있었다. 루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심장아 나대지마'를 반복하며 가슴에 손을 얹었고, 클로에는 '우아아아 이거 좋은데?' 하면서 히죽거렸다.
"어때요. 마스터의 로망을 직접 체험해 본 느낌은? 인사보다는 분위기죠?"
"아, 저, 이런거, 처음이라......"
"이거, 멋진데요! 이러면 손님들이 이거 보려고 백 잔이라도 마시겠다! 언니들 뽀뽀해줄래요!"
마가렛은 가볍게 미소지으며 두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아. 여러분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가셔도 돼요."
그리고 그녀는 두 소녀의 등을 떠밀어 그들을 그들이 왔던 반대 방향으로 보내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두 줄로 서 있는 메이드들과 눈을 맞췄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죠? 이 아이들에게 했던 그 느낌 그대로 살려주시면 됩니다! 다시 한번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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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의 로비와 이사장실, 그리고 여러 방에서 연습과 연구와 수다와 웃음이 피어나는 가운데, 체육관에서는 그들의 밝은 빛을 지키기 위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체육관 한 쪽 구석에 실제 카페에서 쓸 탁자와 의자들을 배치해서 실제 카페와 비슷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린이 상황을 지시하면, 팀원들이 각자 연습하며 상황에 대응했다. 바닥 여기저기에 흘린 땀이 흩뿌려졌고, 거친 숨소리와 탁한 공기가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아우우우우우...... 조금만 살살 해주세요!"
"어머나 어머나, 미안해요! 괜찮아요?"
"실전에서 이렇게 하시면 잘못하면 탈골까지 간다고요...... 힘을 좀 더 약하게 쓰는 법을 배우셔야겠어요."
그 곳에는 가디언 팀 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섞여있었다.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얼굴의 남자가 눈가에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닦고 린을 쎄게 노려봤다.
"사범님! 왜 사범님 밑에서 배운 사람들은 항상 다 이래요? 실력은 좋은데 힘을 조절할 줄을 몰라!"
"그거, 네가 약한거잖냐."
"아니 시비를 걸어도 끽해봐야 동네 양아치들일텐데, 걔들 잘해봐야 주먹좀 휘두르는 일반인 정도밖에 안 된다고요! 이런 식으로 했다간 어디 한군데 탈골이에요, 탈골! 재수없으면 바로 경찰서!"
"호오. 이래뵈도 전직 양아치라 잘 안다 이거지?"
뒤이어 여기저기서 쿵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남자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고, 그들을 상대한 가디언 팀의 여인들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진지하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아니 저희들이 양아치였던 거야 그냥 업보니까 불만은 없지만-"
"그래? 이게 업보? 너희들, 이렇게 이쁜 누나들하고 스파링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할 것 같아? 남자들만 드글드글한 그 도장에서? 사례비도 잘 챙겨주잖아? 이거면 어디 가서 현질을 해도-"
"아니 근데 이건 스파링이 아니라 제압당하는 역할일 뿐이잖아요!"
"스토옵. 거기까지."
그들은 린이 재단에 합류하기 전에 일하던 도장에서 불러온 고등학생들이었다. 아직 건들건들한 끼가 남아있긴 했지만, 다들 린의 강함과 올곧음에 매료되어, 그녀를 큰누님처럼 모시면서 자신의 삶을 고치고 열심히 살아가는 성실한 학생들이었다. 당연히 그녀는 그들에게도, 그들의 부모님에게도 은인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사정을 설명하고 남자 스파링 상대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을 때, 다들 연말의 모든 바쁜 일정들을 다 제쳐놓고 달려와 주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난생 처음 와보는 금남(禁男)의 구역에 어색하고 신기해했지만, 가디언 팀의 훈련된 팀원들에게 열심히 관절을 꺾이고 메치고 엎어진 뒤에는 한 명도 빠짐없이 '아이고 사범님'을 연발했다.
"직접 해보니까 알겠죠? 똑같은 기술을 써도 남자에게 쓸 때는 여자에게 쓸 때와 감각이 다릅니다. 힘도 더 줘야 되고, 팔이 움직이는 각도도 달라요.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키도 더 크고 손발도 길기 때문에, 여자는 체격상 무조건 불리하다고 봐도 됩니다. 이런 경우 핵심은 빠르게 파고들어서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겁니다. 이렇게요."
"아악 사부님! 아파요 아파!"
그녀는 금라술의 시범을 보이며 옆에 있던 남학생의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너 이녀석, 솔직히 말해. 사실은 사범님의 손길이 그리웠지?"
"아파요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면 풀어줄테니 사실대로 말해. 자, 그립다, 안 그립다?"
"아프다니까!"
"어허 이녀석......"
"아아아악! 그리웠어요! 그리워! 그러니까 빨리 좀 풀어줘요!"
그리고 클로에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녀는 다른 메이드들처럼 평소 카페의 제복을 입고, 차와 디저트를 가져다 주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현장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잠복 요원'이 되었다. 평소 환하게 웃는 얼굴로 복도를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니던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남녀가 한데 뒤섞여 서있으면 그녀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틈을 발견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파고들었다.
"하아...... 역시 남자들은 억세서 제치기가 힘들다니까."
그녀는 웃었다. 투덜대면서도 계속 웃었고, 계속 미소지었다. 훈련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도 그녀를 보며 같이 웃었고, 또 힘을 냈다. 여기저기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고, 아프다는 비명이 울렸고, 그러다가 땀을 잘못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질수록 빛을 받쳐드는 어둠의 지지대는 더 단단해졌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이 필요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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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 사무실에서, 체육관에서 다들 발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다른 한 편에서는 한 소녀의 긴장된 마음이 도서관의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루나는 다른 이들이 모두 방법론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들 어떻게 카페를 성공시킬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다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_이걸 왜 하는거지._
그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찾아가며 유명한 테마 카페의 성공 비결과 인테리어 구조를 연구했다. 카페는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었다. 잘 나가는 카페는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철학이라고까지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래도 주관이 뚜렷한-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거나, 이야기를 그 자체로 즐기기 위해 그 카페를 찾아갔다. 그렇다면, _우리_에게도 우리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여기저기 있는 여느 메이드 카페가 아닌, 우리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담은 것.
그녀는 마가렛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미션 월(mission wall)이라는 것이 있데요. 그걸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거기에 뭘 넣을건가요?"
"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하는지, 재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졸업하신 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런게 있으면 재단 홍보도 되고, 카페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조그만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벽 때문에 카페 분위기가 좀 엄숙해질 것 같긴 하지만요...... 그래도 메이드 카페인데, 분위기가 엄숙해지면......"
그녀는 자신의 의견이 적절하게 기각될 것이라 생각했다. _회사나 공공기관도 아닌데, 잠깐 하는 메이드 카페에 거창하게 무슨 미션 월이 필요할까._ 그녀는 디자이너도 아니었고, 프레젠테이션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다. 그녀는 스케치북을 들고 있을 뿐인, 자기 스마트폰 조작도 옆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하는 평범한 여고생일 뿐이었다.
"좋은 생각이에요. 다만, 우리는 프로입니다. 내부 구성원이 이것저것 종이에 출력해서 벽에 붙이는건 옛날 방식이에요. 제대로 하려면 프로급 디자이너가 필요한데, 지금부터 하는건 무리일 거고......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내용을 설명할 사람도 필요할 거고요. 당연하겠지만, 내용의 설명은 만든 사람이 제일 잘 하겠죠?"
마가렛은 그런 그녀에게 조용히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이 갑자기 한겨울 산사태처럼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커졌다. 비록 마음 속에서는 놀라움과 부담감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도전을 담대하게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디자인과 연출 효과부터 시작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주 쓰이는 효과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연출방식도 함께 공부했다. 난생 처음 스토리보드라는 것을 써보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로비의 공지사항 모니터를 관리하는 메이드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기능이 부족해서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면 멍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처음 뜨개질을 할 때 털실을 꿰다가 풀고 꿰다가 풀었던 것처럼, 그녀는 컨텐츠를 만들고 지우고 만들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났다. 스토리보드가 완성되고, 대강의 연출이 만들어졌다. 각 효과를 개괄적으로 볼 수 있는 초안이 나온 뒤에는 줄리안이 연출을, 마가렛이 내용을 감수했다. 역할이 좀 바뀐 것 같다는 루나의 의견에, 줄리안은 본인이 특정 분야의 매니아임을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고, 마가렛은 고개를 저으며 마스터가 지금 폭주중이며, 저 상태에서는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루나는 그 말을 듣고는 느끼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마가렛 님,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긴 한데요."
"네?"
"고생이 많으세요."
"고생은요. 이것도 다 팔자죠 뭐.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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