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쥬브 프로토콜
## Fairy Tale
모든 것이 똑같았던 화요일 오후.
루나는 그날도 변함없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머릿속에 다시 정리하면서 맨션으로 돌아왔다. 간단한 샐러드와 파인애플, 삶은 계란으로 구성된 간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필기한 내용을 다시 살폈다. 예전보다 조금 더 피곤했지만, 익숙해지니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낮잠을 좀 자는 게 좋을까. 그녀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식탁을 정리하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복도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방문이 살짝 열려있었고, 처음 보는 묘한 조합의 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이상하다. 문은 아침에 분명히 잘 닫아두었는데.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 눈동자가 크게 떠졌고, 입이 벌어졌다.
"어..??"
그녀 방의 한 귀퉁이에 있던 싱글 베드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이전 침대보다 최소 세 배는 커 보이는 킹사이즈 침대가 놓여있었다. 그것도, 그냥 침대가 아니라, 황금색 프레임 위에 침대를 감싸는 캐노피가 있는, 일체형이었다. 캐노피의 위쪽 모서리는 섬세하게 디자인된, 의도적으로 화려함을 죽인 듯하지만, 그래서 더 단아해 보이는 프릴이 달려있었고, 그 시작을 따라 반투명 실크색 커튼이 하늘거리면서 그녀를 유혹했다. 허전해 보일만한 구역은 아이보리색 레이스로 포인트를 주었고, 곳곳에서 보이는 단단한 박음질과 세탁을 위해 세심하게 마련된 단추들은 진짜 명품은 마감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루나는 문 앞에 서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귀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꿈인가?
"마음에 드나요."
그녀의 뒤쪽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고, 톤 없는,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 같은 소리. 줄리안이다.
"네? 네...... 이거, 어떻게 된 건지 몰라서 좀 당황스러운데요......"
"본인의 취향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겁니다."
"이거...... 줄리안 님이 해주신 건가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재단에는 이런 걸 살만한 예산은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 루나 양을 특별 취급할 이유도 없고요. 어쨌든, 제 업무를 끝내려면, 루나 양이 이 침대를 좋아하는지의 여부를 알아야 합니다."
딱딱하기가 거의 호두껍질 급이다. 저 사람, 분명히 연애라곤 한 번도 못 해봤을 거야.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안 들지만요......"
다만,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이 침대를 누가, 왜, 내지는 어떻게 구했는지 같은 질문을 할만도 한데,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그 어떤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이거, 제 침대인가요?"
"예."
"며칠 뒤에 가져가신다거나 그런 거 아니죠?"
"계속 그대로 있을 겁니다. 이건 루나 양의 침대입니다."
"그럼, 제가 이 침대를 받는다면, 전 그 대가로 무엇을 해 드려야 하나요?"
순간, 줄리안의 머릿속을 무언가가 크게 찔렀다. 자문단이 보내준 예상 질문 그대로다. 이쯤 되면 그냥 점쟁이인데. 이걸 아주 토시 하나 안 틀리고 기막히게 맞추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저 순수한 선물이에요."
그는 자문단이 제공해준 모범 답변의 내용을 그대로 읊었다. 미리 외워두길 잘했다.
"제가...... 이 선물을 받아도 될까요?"
"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건 예상 질문에는 없었다. 그는 잠깐 시선을 위로 올리며 턱을 긁었다. 머릿속에서 한 남자가 망토를 펄럭이며 등 뒤로 돌아서는 모습이 펼쳐졌다.
"어떤 어른들은 새로운 세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것 그 자체를 보고 행복을 느낍니다. 세상에는 나쁜 어른만 있는 게 아니에요. 루나 양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디자인이나 쿠션 같은 것이 마음에 안 들면 말해주세요."
"그럴 리가요! 저,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봐서......"
"예?"
줄리안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의 얼굴 한쪽에서 살짝 경련이 일었다. 아니, 아무리 애를 그렇게 키웠다곤 하지만, 이 집 부모님은 애한테 생전 생일선물 한 번 안 사다 준 건가?
"부모님이 무언가를 사주실 때면 항상 조건이 있었거든요.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던가, 무엇을 하면 안된다던가...... 그래서......"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최소한 그의 능력 안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화제를 바꿨다.
"하여간, 확실한 답변을 못 받아서,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침대, 마음에 들어요?"
"네. 꿈만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줄리안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이 인사는 내가 받을 게 아니긴 한데.
"알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줄리안은 예의 그 표정 없는 얼굴로 무뚝뚝하게 목례하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사라졌다. '탓'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루나는 자신의 새로운 침대에 걸터앉았다. 새 가구의 냄새가 스며들었다.
"이거...... 정말 내 걸까?"
누가 사준 걸까. 유령이 놓고 간 걸까. 아니면 세상의 끝에 사는 어떤 마법사가 기적을 만들어 준 걸까. 그녀는 저녁이 올 때까지, 침대에 누워 캐노피만 멍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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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에도 매일 오는 손님이 그녀의 방을 방문했고, 그녀에게서도 역시 예상하던 반응이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뭐야! 공주님 침대잖아! 그림책에 나오던 그런 거! 루나!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도...... 잘 몰라."
눈은 두 배로 커졌고, 입은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몇 시간 전 그녀의 반응과 완전히 똑같았다. 차이점이라면, 곰 한마리가 울부짖는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는 것 정도.
"나, 나 여기 앉아봐도 돼? 누워도 돼? 루나랑 뒹굴뒹굴해도 돼?"
"응? 응...... 응?"
클로에는 침대로 뛰어들어 새 침대의 탄력 넘치는 쿠션을 느끼고, 매트리스 위에서 방방 뛰고, 손발을 침구에 문질러대면서 그 감촉을 즐겼다. 그 뒤에는 침대 위에서 마구 뒹굴면서 한없이 맘껏 웃고 소리를 질렀다.
"우와 우와 우아아아아-."
다음 순간, 클로에는 가만히 서 있는 루나의 손을 낚아채 침대로 끌고가 그녀를 밀쳤다. 그녀는 힘없이 침대 위로 쓰러졌고, 그 위를 클로에의 몸이 덮쳤다.
"클로에에에에에!"
"아하하하하하하하!"
클로에는 루나를 끌어안고 침대 위에서 계속 좌우로 뒹굴었다. 루나는 생전 처음 맛보는 어지러움에 정신을 놓았고, 클로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루나와 함께 마구 뒹굴었다. 마치 다섯 살짜리 여자애가 자기만한 크기의 인형을 선물로 받은 뒤에 인형과 같이 뒹구는 것처럼.
"아. 하하하하하하하하......"
몇 분이나 그렇게 뒹굴었을까. 계속 웃어대던 클로에가 웃다 지쳤는지, 결국 웃음을 멈추고 루나 옆에 누워 쓰러져서 손발을 좌우로 크게 펼쳤다. 그녀의 팔 하나가 가볍게 루나의 목을 쳤다.
"클로에, 나 어지러워. 이거 매너 위반...... 콜록......"
"아아아아 미안해.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 공주님 침대라니. 모든 여자아이의 꿈이잖아."
그것은 기쁨을 쥐어짜기 위한 발악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기뻐하고 있었다. 지금 순수하게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다. 마치 커다란 인형 선물을 받은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처럼.
"그리고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잘 때 불편하게 안 자도 되잖아! 내가 아무리 잠결에 손발을 휘둘러도 루나가 그거에 맞지 않아도 되잖아! 난 그게 제일 기뻐!"
"응. 이렇게 넓으면 침대에서도 굴러떨어지지 않겠지?"
"그,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평소처럼 루나가 벽 쪽으로 눕고, 클로에가 불을 끈 뒤 더듬거리며 침대로 왔다. 침대가 커진 탓에 발이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닿아서 몸이 잠깐 휘청거렸지만, 어둠 속에 워낙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터라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클로에는 침대에 마련된 자기 이불을 덮고, 평소처럼 침대 한가운데로 움직였다. 여느 때처럼, 루나가 클로에를 꼭 껴안았다.
"자아 그럼 클로에 공주님, 이제 잘까요?"
"네 루나 공주님. 우리 코-자요."
다시 한번 서로 피식. 그 둘은 여느 때와 같이 침대 한가운데에서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눈을 감았다. 잠이 들자, 두 소녀 팔에서 힘이 빠지고,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 소녀는 진짜로 공주님이 된 양 조용히 쌔근쌔근 잠들었다. 다른 소녀는 허공에 손발을 휘두르고, 이불을 발로 차고, 그러다가 또 조용해졌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고, 서로의 온기를 느꼈고, 그리고 훨씬 넓은 침대에서 밤중의 평화를 찾았다. 단단하게 지어진 맨션의 안, 실크와 레이스로 장식된 커다란 침대는, 그 어떤 폭풍도 두 소녀의 평화로운 밤을 침범하지 못하게 보호할 것이었다.
딱 한 가지, 오직 루나만 볼 수 있는 클로에의 무방비한 모습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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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응?"
"아무리 잠결이라지만 파자마 바지에 손 집어넣고 긁지좀 마...... 로션 줄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