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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5/08 17:30:40 |
| Name | T.Robin |
| Subject | 리쥬브 프로토콜: 15. 언니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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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쥬브 프로토콜
## 언니와 함께
언젠가부터, 맨션의 지하 체육관이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또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의 복장은 평소의 '자유롭게 변형된' 메이드복이 아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옷들이었다. 대부분의 메이드들은 상체를 잡아주는 옷과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탱크톱이나 돌핀 팬츠는 흔했고, 운동용 저지(jersey)도 많이 보였다. 요가 팬츠나 통풍이 잘되는 레깅스를 입는 사람들도 있었다. 긴 머리는 틀어 올리거나 포니테일로 묶었고, 일부는 돌돌 말은 매트를 들고 다녔다.
그렇게 차려입은 메이드들을 보기 위해 굳이 체육관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루나와 클로에는 복도에서, 식당에서, 그리고 다른 여러 곳에서 운동복 차림의 메이드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빛나고, 행복하고, 건강해 보였다.
"멋지네. 부럽다...... 나도 저렇게 활기 넘쳤으면."
루나가 턱을 괴고 그들을 구경하며 중얼거렸다.
"너도 해봐!"
"저게 뭐하는 건줄 알고? 그리고 난 몸 움직이는 건 잘 못 해."
"가서 물어보면 되지."
클로에는 대뜸 지나가던 메이드 한 명을 붙잡았다. 잘 그을린 어두운 피부. 칼로 조각한 듯이 감탄이 절로 나는 근육. 고대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언니, 뭐 하시는 거에요? 얼마 전부터 운동복 입은 언니들이 많이 돌아다니시던데."
질문을 받은 그녀는 오히려 클로에에게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 몰랐니? 공지에 있었잖아. '군단'에 요가하고 필라테스 강사 하셨던 분들이 새 식구로 합류했어. 원래 몸 쓰는 직업을 가졌던 분들이라, 가만히 있기도 무료하다고 하셔서, 체육관에서 단원들을 봐주기로 했어."
왜 못 봤지? 루나와 클로에는 서로를 마주봤다.
"언니는 클로에가 안 들어와서 왜 안 들어오나 궁금했는데, 과연...... 너무 공부만 하다보니까 공지사항 못 본 거지?"
"네? 네? 아하하하......"
클로에는 무언가가 찔리는 듯 억지웃음을 지었다. 중간고사 성적 별로였는데.
"언니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몸 건강은 일찍부터 신경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서른 살 넘어서면서 빠르게 망가져. 여자는 가꾸는 만큼 이뻐지는 거야. 어머나 얘, 수업시간 늦겠다. 언니 갈게-."
메이드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또다른 메이드들이 체육관으로 향했다. 다들 밝은 얼굴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며 활기찬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클로에도 활기차긴 했지만, 그것은 반쯤 억지로 뽑아내는 조적 방어(manic defense)의 반향이었지, 저렇게 순수하게 건강한 미소는 아니어서, 자세히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은 순수한 생명의 정수를 발산하고 있었다. 루나와 클로에는 사라져가는 운동복의 여인들을 바라보며 '부럽다'던가 '나도 하고 싶다'를 연발했다. 그것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메이드들에 대한 순수한 부러움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각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하는 열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루나의 마음은 연약했다. 그녀는 항상 주저했고, 울었고, 무서워했다. 워낙 조용조용한 성격이라 활발하게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잘 사귀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을 다져서 최소한 스스로, 자신있게, 떳떳하게 서고 싶었다.
클로에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녀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맨션의 모든 곳에서 환영받았지만,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여기니까 언니들이 귀여워해 주는 거지. 밖에서 보면 그녀는 그저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한 마리 천방지축 망아지일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에너지를 여성스럽게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강해지고 싶다. 당당해지고 싶다. 가꾸고 싶다. 아름다워지고 싶다.
그들은 결심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마가렛이 있는 메이드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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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GX실에 깔린 요가 매트 위에서, 루나는 자신의 조용한 영혼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부드러운 샌달우드와 시더 향으로 채워진 방 안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이 휘말렸던 사고들도, 그들을 더럽히기 위해 누군가가 AI로 만들어낸 거짓된 영상들도, 그들을 짓밟기 위해 회사 인트라넷에 퍼뜨린 지저분한 소문에 대한 기억도, 그 어떤 것도 영혼의 수련을 방해하지 못했다. 평화를 갈구하던 영혼들은 자유롭게 몸을 펼치고 접고 휘감으며 슬픔에서 그들 스스로를 건져냈다.
루나는 메이드들과 호흡을 하나로 맞춰가며 그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처음 맨션에 왔을 때의 혼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왜 그들이 메이드 유니폼을, 군단의 제복을 제멋대로 고쳐 입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이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왜 저런 애가 왔지 하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질감 넘치는 무언가였지만, 이제는 모든 메이드들이 그녀를 인정했다. 미래에 무엇이 될지 정말 기대되는, 항상 지켜주고 싶은, 정말 작고 여린 존재. 그들에게 루나는 자라나는 것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뿌듯한 공통의 책임이 되었다. 저 아이가 지금처럼 바르고 올곧게 자라도록 하는 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어른의 책임일 것이었다.
"흡! 컥! 헉! 학, 학......"
"괜찮아. 괜찮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조금 더 깊게 들이쉬고. 멈춰. 거기서 차크라가 순환할 거야. 살짝 내쉬고. 좋아. 들이쉬고. 내쉬고......"
루나로 인해, 요가 시간은 모성애 가득한 시간이 되었다. 루나의 근처에 모인 메이드 '언니'들은 그녀를 마치 자신의 늦둥이 막냇동생이나 딸처럼 대했다. 그녀가 어려운 자세를 잡는데 힘들어하면, 누군가가 자기 어깨를 내주어 균형 잡는 걸 도와주거나 손을 뻗어 자세를 잡아주었다. 호흡 조절에 실패해서 숨을 헐떡이면 누군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호흡을 유도하며 평안을 되찾아 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곧 루나를 포함하여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로 퍼져나갔다. 이전에 요가를 수련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내면의 차크라를 열었다. 루나와 메이드 모두에게, 그들은 서로에게 방패이자, 보금자리였고, 서로가 서로의 어둠을 비추는 빛이 되었다.
루나는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헐떡였지만, 누구도 루나가 완벽하지 않다고 비난하거나 비웃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완벽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자세를 존중했고, 때로는 부러워했고, 인정해 주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더 이상 완벽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존중받고, 사랑받았다. 그녀는 매 수련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을 보여주었고, 요가 강사는 그런 그녀에게 가끔 애면 애같이 좀 행동하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곤 했다.
그리고 토요일.
"루나-. 오늘은 좀 서두르자! 한정판 파르페 오늘이 마지막이래!"
맨션에 온 뒤로, 그녀는 주말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나가 억지로 자선 바자회에 참석한다던가, 무슨 친목을 어떻게 도모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오후의 티타임에 억지로 웃으며 마음에도 없고 의지에도 없는 무의미한 단어를 나열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한동안 루나의 옆에는 클로에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나라도 잘못하면 사람들이 그녀에게 뭐라고 할까봐 두려워 쉽사리 손을 내밀지 못했다. 언니들은 그 좁은 틈을 깨고 들어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주말만 되면 둘셋이 모여 그녀를 맨션 밖 세상으로 끄집어냈다.
"네 곧 나가요-. 잠시만요!"
나들이를 위해 치장한 여인들이 한데 모여 상가로 향했다. 그들은 오후의 나른한 햇빛이 비치는 대로를 당당하게 함께 걸었고, 많은 사람을 구경했고, '자유롭게'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떨었고, 깔깔거리며 웃었으며, 마치 그들이 그 거리를 소유한 듯 한 줄 옆으로 길게 늘어서서 걸어다니며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잠깐 얼굴을 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해봐야 거기까지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저 자기들의 용무에 바빠서, 그들이 무엇을 하건 개의치 않았다.
맨션에서 루나는 모든 메이드들의 딸이자 막냇동생이었지만, 여기서는 그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녀였다. 누가 자세를 똑바로 잡으라고 지적하지도 않았고, 그녀가 선택한 디저트에 대해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모든 상태를 완벽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따윈 이미 지워진 지 오래였다. 바라보는 것조차 민망해보이는 옷가지. 입고 싶은 디자인의 치마. 형형색색의 특이한 모자. 투박하지만 귀여운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들까지. 그녀에겐 모두 처음 가보는 곳들이고,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파르페...... 이게 파르페구나!"
"파르페 처음 먹어보니?"
"네. 저, 엄마가 이런 건 지저분하다고 못 먹게 했어요."
"진짜? 리얼리? 레알? 이 맛있는 걸 왜? 에밀리, 내 뱃살 잡아당기진 말고. 쫌!"
"아 왜 재밌는데!"
단맛이 어지러울 정도로 넘치는 홈메이드 소다. 윤기 나는 페이스트리로 가득한 빵. 노랗고 검고 하얀 조각케익. 두 뼘은 아득히 넘어 보이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높이 쌓인 한정판 특제 파르페. 카페에는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가득했고,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졌다.
해가 게으른 발걸음으로 서쪽을 향하고, 호박색 볕이 상가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루나는 벤치에 앉아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했다. 가슴이 살짝 아렸지만, 이건 슬픔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성장통이랄까.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몇 겹으로 층층이 세워두었던-그리고 그녀를 안쪽의 좁은 공간에 가두었던- 막이 사라지면서 그녀는 세상에 발가벗겨진 듯 그대로 노출되었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거친 곳이 아니었다. 아니, 거칠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녀는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두근거림과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친구들이, 언니들이 생겼다. 세세한 경험은 각자 다르지만, 어두운 과거를 헤치고 살아남은 뒤의 2막을 준비하는 여인들. 그들은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라면서 그녀의 손을 움켜쥔 채 끌고 가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언제든지 손을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자리에서 그녀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녀가 고귀한 영혼임을 일깨워 주었고,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었으며, 족쇄를 끊고 자유로워지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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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요가 세션이 영혼의 내면 깊숙한 곳을 서서히 다져가는 수련이었다면, 클로에의 필라테스 수업은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땀의 대화였다.
수업은 요가와 비슷하게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십여 분간의 몸풀기가 끝나면, 그때부터는 리포머의 스프링이 근육을 긴장시키면서,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려는 자연의 힘과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몸 사이에 강렬한 대결이 시작되었다. 모든 손발이 중력에 있는 힘껏 저항하며 자세를 유지하려 했고, 강사의 "마지막이에요. 홀드! 5초!"는 5분만큼 길었다. 수업에 참여한 메이드들은 이를 악물고 육체의 고통을 참고, 더 강해져서 아픈 기억을 이겨내려 했다. 수업 도중에는 꼭 근육이 풀린 몇몇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졌고, 곧바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는 다시 일어나 비틀거렸다. 다시 일어선 그들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제발 부탁이니까 억지로 버티지 마세요! 몸 망가집니다!"
다만, 클로에가 들어간 수업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여기저기서 자세가 무너지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똑같았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히힝'하는 소리와 함께 지친 언니들에게 개구진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대부분은 같이 빵 터지면서 힘든 몸을 추슬렀고, 일부는 저 건방진 꼬마에게 질 수 없다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이유가 어쨌든지 간에, 클로에가 참여하는 수업은 악에 받친 듯한 다른 수업과 달리 항상 밝은 분위기였고, 수강생들도 다른 반보다 수업을 더 잘 따라왔다. 그리고 이 사안은 줄리안에게 가벼운 숙제를 안겨주기도 했다.
"요구사항을 정리하겠습니다. 클로에에 한해서 어느 필라테스 수업에 들어올지 예측 불가능하게 무작위로 예약을 잡아주면 되는 거죠?"
"예. 부탁드릴께요. 클로에가 들어오는 반과 안 들어오는 반 사이에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몇몇 메이드님들은 지정된 시간에만 올 수 있으셔서,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분들이 클로에의 영향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작 클로에 본인은 이 내용을 전달받고는 어리둥절해했지만,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을 듣고는 예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었다. 루나는 '우리 클로에 장하네'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사실, 클로에가 참여하는 수업이 분위기가 좋은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다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몸이 돌아오면, 많은 메이드들이 클로에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클로에는 악동의 미소를 띄우면서 눈을 반짝이는 메이드들을 쭉 둘러봤다. 이른바 '간택'의 시간.
"어, 오늘은 저 캘리 언니랑 같이 갈 거예요!"
"아싸! 우리 얼른 씻고 나가자. 씻겨줄까? 언니랑 같이 씻을래?"
"아니아니 그러면 시간 길어지니까, 빨리 씻고 한시간 뒤에 로비 앞에서 봐요!"
다들 알고 있었다. 클로에는 그들의 어두운 마음에 빛을 비춰 그림자를 지워주는 존재였다. 그래서 많은 메이드들은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했다. 클로에는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을 즐겼던 터라, 몇몇 메이드들이 용기를 내어 각자 그녀에게 같이 나가자고 제안했고, 루나와의 약속이 없는 날이면 그녀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메이드들 사이에 그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이후에는 필라테스가 끝나면 클로에가 한 명을 선택해서 둘이 같이 상점가로 놀러 나가는 것이 일종의 준 공식 일정이 되었다. 어느 날은 가장 건강미 넘치는 메이드가 선택되었고, 어느 날은 조용한 분위기의 사람이, 또 다른 날은 온 몸에서 관능미가 넘쳐흐르는 '왕언니'가 선택되었다. 선택된 사람들의 성격이 워낙 천차만별이어서, 다음에 누가 선택될지는 클로에 자신도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가지각색인건 선택된 메이드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여서, 누구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고, 누구는 그냥 신나서 그녀를 품에 껴안거나 뺨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1초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하는,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아예 씻겨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거의 매일 가는 상점가였지만, 함께 가는 사람이 다르면 같은 장소에서도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누구는 옷집을 좋아했고, 누구는 구두를 좋아했다. 누구는 펑퍼짐한 포댓자루 같은 옷만 고집했던 반면, 누구는 무조건 짧고 야한 옷들만을 찾았다. 그리고 클로에는 같이 가는 게 누구든지 간에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취향에 같이 웃었고, 때로는 자기가 손을 잡아끌면서 그녀가 흥미 있을 만한 곳을 안내해 주었다. 그들은 상점가의 여기저기 탐험하는 작은 모험가가 되었고, 가끔은 택시를 타고 조금 더 멀리 나가서 놀다가 밤늦게 들어오기도 했다. 나중에는 메이드들 사이에 '클로에 규칙' 같은 것도 생겨났다. 맨션에 통금시간 같은 건 없었지만, 클로에와 함께 나가면 10시 전에는 들어올 것. 그리고 만일 저녁을 같이 먹게 되면 디저트는 클로에가 정해주는 것을 함께 먹을 것.
밖에서 보면, 클로에는 분명 정신없는 회오리바람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여인들에게, 그녀는 꺼지기를 거부하는 따스한 불꽃이었다.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험악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자연의 규칙마저도 조금이나마 평안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숲속의 개구쟁이 꼬마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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