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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 26/05/14 13:25:38 |
| Name | 카르스 |
| Subject | 진보좌파-인문사회계의 21세기 대학 담론은 왜 실패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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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대학원생으로서 지난 20년간 대학의 산업화·국제화 등으로 인한 기능 변화에 맞서, 진보좌파-인문사회계가 주도했던 — 지금은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될 만한 — 반발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이 반대했던 기능 변화 자체를 막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막 30대 초반에 들어선 청년으로서 느낀 바를 말씀드리자면, 실패로 끝난 이유야 많지만, 그들의 비판과 대안이 구세대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청년층에게 소구력을 갖지 못한 게 컸다고 봅니다. 그들은 분명 대학의 과도한 성과주의 및 무분별한 국제화, 대학생 경험의 소비자화, 비판적 교양 교육의 위기, 시간강사들의 근로조건 문제 등 지금도 유효한 지점들을 많이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21세기 한국의 변화 — 생활수준 향상, 정치 지형의 변화, 기술 변화, 국제화 등 — 를 바라보며 새 시대에 대학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청년층의 입장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980-1990년대 대학을 지나치게 이상화해서, 요즘 세대에게는 — 심지어 청년 좌파나 인문학도들 상당수에게도 — 수구적이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생각도 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대학이 그저 1980-1990년대 민중주의 학생운동 시절에 영원히 머무르기 원했던 것인가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세상과 유리된 카스탈리엔에서 자기들끼리 지적 유희나 즐기는 게 소망인가 싶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대학 축제에 아이돌 그룹이 나오고 교내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것을 상업화라고 비판하는 논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문화 스타일 자체를 비난하는 '꼰대 교사/부모'의 말처럼 들릴 소지가 있습니다. 비판을 제대로 하려면, 21세기 한국의 연예문화 및 소비주의의 부상과 청년들의 선호·문화 변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 없이 '스타벅스 입점 반대, 아이돌 초청 금지'를 외쳤으니, 대학생 절대다수에게는 "운동권은 아메리카노 먹으면 안 된다" "게임 많이 하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수준의 권위주의적 훈계로 들릴 수밖에 없었고, 다수는 동조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대학(원)생들에게 진짜 절실한 취업난 문제나 대학원생 처우·인권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중시했습니다. 취업의 문제는 대학이 직접 책임질 영역이 제한적이지만, 사회인으로서 대학생이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을 설정하는 문제로서 아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에서 대학의 기능과 의미를 제대로 고민했다면 답이 나왔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 기업상 청년들의 취업난을 기업과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분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본인들이 취업이 비교적 쉬웠던 세대라 덜 절박하게 느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도 듭니다. 대학원생 처우 문제는 더더욱 심각합니다. 한국에서 대학원생 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대학 기능 변화에 대한 반발이 시작된 지 한참 뒤인 2010년대 중후반입니다. 대학원생은 다음 세대의 교수와 연구자를 배출하는 지식 재생산의 통로입니다. 대학의 변화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기들이 은퇴한 후의 대학 생태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근로조건과 인권의 문제로서 비판적 사고력 그 자체가 적용되어야 할 영역인데, 그 사고력이 자기 수하의 대학원생에게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대학(원)생들 눈에 그들의 비판적 사고력이 위선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합하자면, 그때의 대학 변화에 대한 반발에는 일리 있는 주장도 많았지만, 수구적이며 기만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구세대의 문제적 세계관이 너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들의 실패한 시도를 아쉬워하는 청년들이 별로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AI의 발달, 국제화의 본격화, 한국 위상의 부상,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한 시대적 격변기에, 대학의 미래와 그 방향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논할 분들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청년들의 선호와 욕망을 먼저 존중하되, 이를 뛰어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대학 축제에 연예인 초청을 무조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체적 문화와 연예인 무대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식의 제안처럼. - 단순한 복고적 향수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고려하여 대학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개선·개혁 방안을 함께 고려하는 담론 — 변화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수용할 부분과 반대할 부분을 분명히 가르는 — 이 필요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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