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dir="auto" data-pm-slice="1 1 <span class='bd'>[]</span>">최근 왜 본인을 그렇게까지 깎아내리냐는 질문을 듣고 문득 나는 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기억하기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나의 화법은 고1때 생긴 일종의 나에게는 생존 전략이었다.</p><p dir="auto" data-pm-slice="1 1 <span class='bd'>[]</span>">
</p><p dir="auto"></p><p dir="auto">중학교 때까지 본인 스스로는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는 누가 봐도 공부 잘하고 학교 열심히 다니는(물론 학원은 열심히 째고 던파하러 다니다가 고등학교 입시는 망했지만?) 학생이었다. 벌써부터 자신을 깎아내리는 화법을 쓰고 있는 나는 불량아로써도 참 비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제도권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불량을 추구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난 불량하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뭐라하기 딱 애매한 지점까지.</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그런 내가 어찌됐든 공부를 잘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주변에서 많은 배려를 받고 살았단 사실을, 내 최대의 무기가 더이상 작용하지 않는 지점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였다. 놀랍게도 입시에도 어정쩡하게 망해버린 나는 소위 말하는 자사고 흐름의 막차를 타 소위 공부를 좀 친다는 애들을 전국에서 모아둔 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나는 분명 거기서도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하기는 했다. 하지만 더이상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무기로 삼을 정도로 잘하지는 못했다.</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그런 상황에서 이제 내가 공부라는 갑옷 아래에 내놓았던 맨살이 드러났다. 나는 어쨌든 키도 작은 편이고, 성격이나 습관도 엄청 독특하고, 생긴 것도 놀림받기 좋았다. 아니 과연 지금 와서는 생김새가 문제였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잔혹함이 늘 그러하듯 다르다는 사실과 그것이 어떻게든 트집 잡을 수 있다면 이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은 있는 일이다. 다만 거기에서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고 분명 나는 굉장히 장난치기 좋은 상대였다. 왜냐면 나는 가지고 놀기 재밌는 상대였기 때문이다.</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놀림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당 대상으로 선택되는 사람의 여러 기준 중에는 반응이 얼마나 강렬하느냐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당시 나에게 주어지는 신체적 특징 등에 대한 놀림을 용인하지 못했고 이에 정말 격렬하게 저항했다. 분명 체급을 보면 절대 내가 싸우면 한주먹감일 동급생들에게 들이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거칠게 사는 불량아였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보면 나는 내가 불량아로 있는 경우는 어디까지나 내 계산 하에서 문제될 일이 없다라고 판단할 뿐이지만. 다만 그 영역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영역보다 훨씬 넓은 편이다.</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그러니 나만큼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은 얼마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치고받고 싸우면 한주먹감인데 툭치면 팡팡하고 터지는 빠칭코가 옆에 있는데 누르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님들도 이거 누르셈, 재밌음'. 그런 내가 스스로에 대한 방어 전략으로 선택한 것은 소위 자폭개그라고 하는 무기를 장착하는 것이었다.</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정말 재밌는 것은 남이 나를 가지고 결점을 놀릴 때는 괴롭지만 스스로 입으로 내뱉기 시작하면 딱히 그것을 결점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보다는 내 특성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주변의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나는 굉장히 피부가 까무잡잡한 편이고 이를 가지고 다크템플러, 새벽에 축구하면 공만 보인다는 둥 놀리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공 잡으면 안보이니까 공격수하면 아무도 모를거라는 등의 드립을 스스로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짜 신기하게 그러기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 그런 농담을 치는 동급생은 늘었지만 스스로 그것을 괴롭다 생각한 적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이번에 나를 스스로 왜 깎아내리냐는 이야기를 들은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의미로 나는 비난받고 싶지 않아 스스로를 미리 깎아내렸다. 먼저 마음의 통점을 깎아버리면 타인은 더이상 나를 깎아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참 비겁하다. 상대가 때리고 싶어 주먹을 들어올리면 먼저 링에서 백기를 흔들고 졌다고 말하고 있으면 그 사람의 울분은 어디를 향해야하는가. 지금 내 표현을 봐도 나는 극도로 스스로 가진 마음을 깎아내리며 둥글둥글하게 만든다. 그렇게 공격할만한 유효 타격지점을 잃으면 공격은 매끄러운 반사면에 부딪히며 나의 중심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믿고 살아왔으니까</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오늘 새벽에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어제 있었던 나의 잘못을 곱씹으며 편의점에 가 조니 워커 블론드를 사 와 집에 있는 블루베리와 설탕을 타서 어설프게 오늘 본 애니메이션에 나온 딸기 위스키를 따라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초카구야공주를 보며 '배드 엔딩은 싫어, 해피 엔딩이 좋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꿈과 희망이 가득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나의 꿈과 희망은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내가 피해를 준 사람에게 있어서 내 비겁함이 가득히 들어차서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최신식의 갑옷이다. 본인의 솔직함을 지키겠다는 명목하에 다른 사람이 솔직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 나의 화법은 지독하다.</p><p dir="auto">
</p><p dir="auto"></p><p dir="auto">그리고 나는 내 마음을 깎아내리느라 상처투성이가 돼가는 스스로를 보면서 '아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라는, 사실은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을 내뱉으며 혹여 아직 남아있는 빈틈을 찾아 사포질한다.</p>
항상 칭찬 감사드리지만 과찬이란 생각에 몸둘바를 모르겠는 것도 사실입니다ㅋㅋ
혼자 오롯이 살아왔다라고 하기에 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어찌저찌 운이 좋아 도움을 받아서 일어섰을 뿐이란걸 알고 있고 이를 감사히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는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히 일어설 수 있는 노력이 부족함을 인정해야하는, 현자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초중고딩때는 속편하게 살아도 될거같은 시기로 추억되곤 하지만 사실 당사자들은 어지간히 빡쎈 직장에 근무하는 성인들 못지않게 여러가지 스텟관리를 신경쓰면서 살아가쥬. 공부 싸움 잡담 개그 축구 농구 게임 사교 등등 온갖 시시콜콜한 건들이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나를 구성하고 있읍니다.. 공부가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을 사생활들 아닌가? 묻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상한건 각각의 스텟들이 거기에 전념한다고 꼭 좋아지는게 아니더란 말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는 처음 전학왔을 때 공...더 보기
초중고딩때는 속편하게 살아도 될거같은 시기로 추억되곤 하지만 사실 당사자들은 어지간히 빡쎈 직장에 근무하는 성인들 못지않게 여러가지 스텟관리를 신경쓰면서 살아가쥬. 공부 싸움 잡담 개그 축구 농구 게임 사교 등등 온갖 시시콜콜한 건들이 거의 대등한 비중으로 나를 구성하고 있읍니다.. 공부가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을 사생활들 아닌가? 묻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지 못했지요.
그런데 이상한건 각각의 스텟들이 거기에 전념한다고 꼭 좋아지는게 아니더란 말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한병태는 처음 전학왔을 때 공부는 10위귄 이내, 싸움은 15위권이었다가 엄석대와의 불화가 심해지면서 모든 스탯들이 바닥을 찍어요. 그러다가 대청소 유리창 당번 건을 계기로 엄석대 눈에 들자 모든 스탯이 최상위권으로 복구됩니다. 아무리 엄석대가 부조리한 절대권력자라도 그 모든 것들을 대신 해준것도 아닌데 말이죠?
작년 가을 스타판에는 아리송이라는 유스가 들어왔읍니다. 초보자답지 않은 드라군 컨트롤로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프로 코치/선배여캠들과 트러블이 생기고 해당 소식들이 스갤 인기글에 올라 인민재판을 받자 슬럼프에 빠집니다. 그때 한 고인물 여캠이 해준 조언이 있었읍니다. "코메디 프로에서 자신의 못생김을 무기로 웃기는 여자 개그맨들 알지?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행동해. 너를 내던져서 놀림받고 웃음거리가 돼. 자신을 고귀한 존재라 생각하지 마.. "
이쯤되면 더러워서 포기할법도 하건만 어째서인지 아리송이는 그 제언을 받아들였읍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놀림받거나 웃음거리가 되진 않았읍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예뻤고 스타 재능도 있었으니까요. 달라진건 내가 못나면 못난대로 세상에 던져지겠다는 태도 뿐이었죠. 그를 향한 세상의 시비는 차차 잦아들었읍니다. 성적은 승승장구하여 동기들 중 최고를 손꼽을 때 항상 거론되는 인물이 되었읍니다. 이상한 일이었죠. 재능은 원래 있었고 노력도 똑같이 해왔는데. 스타가 멘탈게임이라 하지만 내 멘탈이 좋다고 유닛들이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닌데.
써주신 글과 방식은 많이 달랐지만 저어도 자기비하가 갑옷으로서의 효용을 발휘하는 경험이 꽤 자주 있었어서 공감이가 됩니다. 신기하게도 삼촌뻘 형들에게 넌 갑옷 입은 사람같아, 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구요. 갑옷의 방어력보다 갑옷의 거추장스러움이 더 신경쓰일 시점부터 조금씩 경량화를 시도해 최근으로 올수록 일상옷에 가까워진것도 같고, 아니면 그냥 세상이 나의 짬바를 인정할 만큼 늙었을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