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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6/06/09 17:15:43
Name   Picard
Subject   B팀장과 정년보장 (최종)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관리자 피카드입니다.

오늘도 틈틈이 쓰는데까지 써봅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아마도 ‘그래서 B팀장은 정년까지 했냐?’ 라는 것이 궁금하시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분 성공했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뭐랄까.. 새옹지마의 사례를 보여주더군요.

다시 시계열적 순서로 돌아가면..

지난편에서 저희 팀이 쪼개졌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그래서 저쪽 팀은 원청만 2명으로 시작해서 계속 충원을 해서 6명이 되더라고요. 그외 협력사분들도 당연히 더 있고요.
그런데 저희 팀은 충원을 안하고요, 사람 필요 없다고 합니다. 저는 사람이 필요하다, 6명이 하던 일을 2명이 하는데 말이 되냐..라고 하고 다녔는데, 팀장은 ‘그건 피카드가 게을러서 그렇다.‘라고 합니다. 팀장은 ‘협력사 애들은 어차피 내가 쥐고 있고, 저 피카드만 쫒아내면 내 밥그릇은 안전하겠지?‘라고 생각을 한거고 대놓고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피키드야, 너 여기 있으면 이 회사에서 못 커. 딴데 가. 생산이나 기술같은데 가야지 더 크지. 너 전공도 그쪽 아니냐. 이쪽일은 나 혼자 다 할 수 있으니까 너는 딴팀 갈려고 해야지’ 라고 저를 다른 팀 보내려고 여기저기에 얘기 하고 다니고요.
웃기는게, 저를 두고 게으르다, 로열티가 없다 같은 소리 하면서 동시에 저 좀 데리고 가라. 전공이 그쪽이니까 도움 될거다 하면 그게 되겠습니까?

그리고 사업부장이나 다른 윗분들이 B팀장은 이런 단순 업무가 아니라 좀 더 난이도 있는 개선/개발 업무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대놓고 얘기했는데, ‘저는 협력사 관리 하는 사람이지 개선/개발하는 실무자가 아닙니다. 협력사 애들 관리 안하고 가만 놔두면 일 안합니다. 제가 채찍질을 해야 합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이때문에 다른 팀과 윗분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는데 ’아, 저팀은 협력사가 다 하고 저 두명은 관리만 하고 보고만 하는구나. (없어도 되는거 아냐?‘)라고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중에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옵니다. (지금도 종종 윗분들중에 저보고 ‘일은 다 협력사가 하는데, 피부장은 뭐가 그리 바빠?‘ 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신사업이 잘 안되니까 또 늘 하던대로 조직개편을 계속 하다가 조직 슬림화를 한다고 저쪽 팀이랑 저희 팀이랑 한팀으로 합쳐지게 되고 B차장이 팀장 자리를 예전 팀장에게 넘기게 됩니다. 그때 ’내 나와바리는 건들지 마쇼’ 하는 자세로 같은 팀인데 내부적으로 균열이 쩍~ 간 상태로 또 몇년을 보내다가 결국 위에서 신사업 정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서 또 팀에 B차장, 저, 후배 대리 3명만 남게 됩니다. (나머지 분들은 명퇴 당하심) 이번에는 전혀 다른 팀이랑 통합을 하면서 여전히 B차장은 팀장 보직은 회복을 못하였는데, 그때도 역시 ’내 나와바리 건들지 마라’, ’팀장 당신이 이쪽 일을 아냐?’, ‘내 짬바에 실무자 취급은 못 참겠다. 리더급으로 대우해다오 하는 자세로 팀장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제가 과장 말년차가 되었는데, B차장은 여전히 부장 진급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슬슬 후배들이 ‘피과장님, 내년에 진급 못하시는거 아니에요?위에 차장님이 버티고 계신데..‘ 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다른 사업부에서 ‘피과장, 우리팀으로 와볼래? 너도 진급해야지..‘ 하면서 기회가 와서 냉큼 갈아탔습니다. 제가 빠지게 되니까 B차장이 매우 기뻐하더라고요. 협력사 부장님한테 나중에 들었는데, ’야, (내 밥그릇에 위협이 되는) 피카드가 다른 팀에 가서 다행이야. 걱정이 줄었어. ’라면서 협력사 부장에게 술사라고 했다네요. 아마도 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B차장이 있고, 후배 대리도 있으니까 저를 다른 부서로 빼도 된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렇게 저는 B차장에서 벗어나게 되고 다른 팀에서 진급도 하고 팀장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남게 된 후배 대리(다음해 과장됨)는 차장이랑 잘 못지내더라고요. 저는 ‘너는 떠들어라, 나는 한귀로 흘린다‘ 였는데, 후배는 저보다 더 강골이라서, 차장이랑 크게 한번 싸우고는 말도 안섞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후배 과장이 개선 프로젝트를 잘 해서 발표를 하고 윗분들에게 칭찬을 들으니, B차장이 늘 하던대로 또 숟가락을 얹으려고 했는데 후배 과장이 차장님이 뭘 가르쳐주고 도와줬냐. 이거 안된다고 방해만 하지 않았냐라고 대놓고 들이 받았고 그때 크게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어느날은 후배 과장이 찾아와서 ‘차장님, 혹시 이 프로젝트 할때 같이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저 그때 차장이었음) ‘그건 B차장님 프로젝트인데 자재 입고 들어올때 늘 본인이 체크하잖아요‘ 라고 했더니, 그때 차장이 입고확인서에 사인했지만 일부 자재가 없답니다. ‘혹시나 해서 여쭤봤어요. 나중에 감사라도 나오면 알고 계시라고..’

그렇게 후배가 1년여후에 이직을 하고 B차장은 드디어 원하던대로 혼자가 됩니다. 협력사 부장님 말로는 너무너무 즐거운 회사생활을 하셨답니다. 협력사 사람들에게 ’내가 보고할 성과를 만들어와라‘ 라고 강요하고, 근무시간에는 협력사분들 근무하는 사무실들 돌아다니면서 스포츠 중계 보고 골프스윙 연습하고, 쳐자고.. 팀장도 포기하고 방치하고.. 진정한 월급루팡이 된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희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임원들이 싹 갈리고 그룹에서 내려온 경영진과 재빨리 태세전환한 부장들이 임원승진을 하여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B차장이 맨날 싸우던 팀장이 사업부장이 되고, 조직개편을 하게되면서 역시 자기 라인인, B차장보다 어린 후배 부장 밑으로 업무를 옮겨버립니다. B차장은 늘 하던대로 ’내 나와바리 건들지 마라.‘, ’니가 뭘 아냐‘ 를 넘어서 ‘나보다 어린 놈이,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마라’ 라고 그 팀 전원이 회의 하는 와중에 크게 싸웠습니다.

사업부장은 기회는 이때다 하고 차장을 자회사 낙하산으로 쫒아내버립니다. 보통 고참 부장들이 임원을 못 달면 회사에서 그동안의 공이나 연을 고려해서 자회사 임원이나 팀장급으로 보내고는 했는데 그쪽으로 빠지게 된거죠. 소문으로는 거기서도 자회사 사장이랑 맨날 싸웠다고 합니다. (사장이지만 인사권이 없고, 저희 회사에서 새로 낙하산 내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대체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웃기는건, 이제 우리 회사 사람도 아닌데, (근무하는 사업장은 같음) 저희 협력사분들 사무실 가서 또 삐대려다가 ‘이제 여기 오시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라는 말에 삔또가 상해서 멱살잡고 싸우고 물건 던지고 해서 사무실 출입금지를 당했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회사가 인수되고 재고조사를 하다가 재고가 안 맞는 이슈가 터집니다. 그거 때문에 B차장과 싸우고 자회사로 보낸 팀장이 책임지고 짤리게 됩니다. 아주 옛날에 결재하고 사인한 사람중에서 다 짤리고 남은건 그 당시 대리 였던 너(팀장) 밖에 없네? 니가 책임져야지? 하면서요.
그런데, B차장이 없으니까 ’아는 사람이 없네?’ 하면서 이쪽은 감사의 칼날을 피해갔고, B차장은 자기랑 싸운 팀장 짤리는걸 보면서 룰루랄라 자회사에서 또 행복한 팀장 생활을 하셨답니다.

그리고 제가 유탄을 맞게 되는데요. 후배과장도 나가고 차장도 쫒겨나고 회사에 이 업무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되니까 협력사에 맡겨놔요. 사업부장이 한 2년 보니까 ‘야, 이 업무가 협력사만 있다고 돌아가는게 아니구나?‘ 하면서 저를 자기 밑으로 끌고와서 B차장이 하던 업무를 하라고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입버릇 처럼 ’난 너희가 참 싫었어‘ 라고 합니다. 아니… 싫으면 왜 데리고 왔어?
당시 저희 사업부장이 저한테 ‘미안하다.’ 라고 했는데, 새 사업부장이 워낙 잘나가서 달라는데 안줄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하…
현재 사업부장놈은 부사장놈이 되었고, 당시 제 전 사업부장은 회사 짤리셨습니다. 이분도 저를 진급시켜주고 팀장 달아주고 많이 배웠는데.. 지금 돌아보면 당시에 일 잘하고 인성 좋은, 롤모델이 될만한 선배님들은 지금 거의 다 나가셨네요.

그렇게 제가 다시 돌아와서 아무도 관리 안하고 방치된 일들을 정상화 시킨다고 이거저거 하다가  재고조사를 하는데, 노트북, PC 같은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협력사 담당에게 이거 어디갔냐? 고장나서 버렸냐? 하고 물어보니.. B차장이 물건을 살때마다 하나씩 더 발주하고서 들어오면 자기가 들고 가서 없다고 합니다. 아니, 내가 같이 있을땐 이런 일이 없었는데? 그래서 협력사 상무님을 불러놓고 ‘솔직히 말해달라‘ 라고 했더니..
6년동안 B차장이 들고간 노트북만 10대가 넘고, 룸이랑 골프 접대 안하냐고 난리쳐서 종종 접대도 하고, 어쩔땐 밤에 협력사 부장에게 전화해서 ‘술먹자‘ 하고서는 자기들 술먹은거 계산하게 하고 등등..
야, 이 양반이 우리랑 같이 근무하는 협력사 사람들에게 패악질하고 월급루팡질만 한게 아니라 아에 도둑질을 했구나. 진정한 루팡이었네..
어이가 없어서 ’아니, 제가 있을때도 그러셨어요? 저는 전혀 몰랐는데?’ 라고 물었더니 ‘피부장 있을때는 덜했어. 피부장 가니까 대놓고 골프장 가자, 해외골프 한번 가자, 법카 들고 나와라, 납품할때 1대 더 발주 냈으니까 그건 나한테 가져와라‘ 하더라고..

자회사 가는게 두달만 늦었어도 재고조사때 걸려서 아에 회사 짤렸을텐데.. 이것도 새옹지마인가?

다른건 몰라도 재고 안 맞는건 일단 보고를 했는데, 팀장이 한숨을 쉬더니 ’이미 자회사 가신분 어쩔 수 없고, 잘못하면 피부장이 다치니까 그냥 잘 맞춰봐‘ 라고 합디다.

어느날, 회장이 ’내가 보니까 말야. 자회사들이 경쟁력이 없어. 여기서 낙하산으로 가니까 경쟁력도 없고, 주는 일만 따박따박 받아 먹으면서 편하게 지내지‘ 하면서 자회사 낙하산을 금지 시킵니다.
낙하산으로 새로 사람이 내려와야 기존 사람이 그만두게 되는데 모회사에서 사람이 안내려오니까 계속 다니게 됩니다? 사장도 인사권이 없고, 모회사에서는 ‘아, 회장님 마음 변하실지도 모르니까 잠깐만 기달려봐요’ 하는 식으로 몇년이 지나고, 차장은 비록 모회사이긴 하지만 정년을 채우고도 1년을 더 다니게 됩니다. (윗분들 왈, 인사관리 차원에서는 고참 부장들 자회사보내고 아래 사람들 진급시키는 것도 중요한 당근이라 자회사 사장들에게 인사권을 주지 않고 몇년동안 눈치를 보았다고 합니다.)
아마 저희 회사에 계속 있었으면 갑질이든, 지금까지 갈등 빚어온 사람들이 임원 승진해서 밉보이게 되든 해서 그만뒀을 분이 자회사 가면서 도리어 정년을 채우게 되고 감사도 피하게 된거죠.

그렇게 퇴사를 하고, 그 양반 성격에 장사는 못할텐데 뭐하나 했는데, 옆동네 대기업 이직한 후배가 B차장이 자기네 공사 일용직 들어왔더라, 알고 있었냐? 라고 연락이 옵니다.
아니 이 회사에서 그렇게 큰소리치면서 해먹던 양반이 일용직? 뭐 모아놓은 것도 없나? 아니면 벌써 망한건가? 했는데요.

얼마후에 또 익숙지 않은 공사일 하다가 산재 당해서 장애 얻고 보상금 받아서 쉬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사실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루팡짓 하면서도 월급쟁이생활 정년까지 한거 보면 신은 없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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